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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로 안되지만 따뜻한 한끼라도"…전국서 도움의 손길 [제주항공 무안참사]

참사 희생자 유족들 여전히 공항에

새해도 공항서 고인 인도 기다려야

봉사자·경찰·소방 등도 유족과 함께

합동 감식·유류품 수거도 계속 진행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에게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상처가 깊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시간은 멈춰 있다.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한 유족들에게 2024년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명확히 언제 사고 수습이 끝날지 모르는 가운데 유족, 자원봉사자, 소방, 경찰, 공항 직원 등은 이곳 사고 현장에서 새해를 맞는다.

참사 사흘째인 31일, 사망자 179명 중 17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곧바로 유족에게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검안·검시, 훼손 시신 대조 등 작업이 아직 남은 탓이다.

대부분 희생자들의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장례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 못한 무안공항에서는 한 맺힌 통곡이 이어지고 있다. 공항에 모인 유족, 자원봉사자, 경찰, 소방관, 공항 직원들에게 새해는 모든 희생자가 가족에게 인도되고 장례까지 마무리된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공항 관계자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유족들에게 그나마 힘이 되는 것은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묵묵히 유족들의 공항 생활을 보살피고 있다.

종교단체, 지역 봉사단체 등 각종 시민단체들은 사고 당일부터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 상주하면서 식사, 간식, 기초 의약품, 세면도구, 음료, 담요 등 구호 물품을 나누고 있다. 섣불리 위로의 말을 유족들에게 전하지는 못하지만 공항 로비에 임시로 마련된 유족들의 거처를 돌며 간식과 식사를 나눠주는 모습이다. 공항 관리동 밖 주차장에서는 직접 조리까지 나서며 유족들과 공항 상주 인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매 끼니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사고 당일 무안공항으로 회원과 급히 ‘출동’했다는 김학재(51) 아드라(ADRA) 나주지구 회원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살아 계신 분들은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옆에서 보이지 않게 응원하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지원하겠다”며 “새해 그리고 앞으로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여수시새마을회는 2024년의 마지막 날 45명의 회원들을 데리고 무안공항으로 왔다. 여수시새마을회 회원 장단례(70) 씨는 “TV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왔다”면서 “가족·형제·자식 같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는데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지역의 의용소방대원들도 손을 보탰다. 목포에서 의용소방대원으로 일하는 한 봉사자는 “오늘 의용소방대원 44명이 함께 왔다”면서 “유족들이 조금 더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항 내·외부 쓰레기 정리와 안전 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출국장에 소방심리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이승령 기자


소방도 사고 현장에서 수색·감식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전남소방본부 심리지원단은 공항 2층 한가운데 심리지원센터를 차리고 유족들의 심리 안정을 돕고 있다.

사고 당일부터 이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소방관은 “현재 소방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족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신청하시는 분들에게 상담을 진행하고 또 안정을 위한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 역시 새해를 넘겨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평소 같으면 여행객들의 설렘 가득한 발걸음을 맞이할 공항 수속 카운터에는 현재 사고의 책임이 있는 제주항공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피해 회복 절차 등 유가족 지원에 나선 제주항공은 한 가족당 2명의 직원을 붙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날 경찰은 1월 8일 수요일로 예상됐던 훼손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를 이르면 3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하고 606편(片)으로 훼손된 희생자들의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족들의 요청이 거세고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1월 3일까지 최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의 말을 전했다. 사고 현장인 활주로 인근에서는 경찰·소방·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합동 감식과 고인들의 유류품 수거 작업도 해를 넘겨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기준 신원 확인이 완료된 사망자는 총 174명이다. 미확인자 5명의 유가족에 대한 DNA 추가 채취가 마무리돼 이들의 신원도 머지않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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