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등 북미 주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작가는 미디어 아트 작가 백남준으로 집계됐다. 여성 작가 중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의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외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작품 소장 현황 및 확대 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20여 곳의 북미 미술관은 235명의 한국 작가 작품 1118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들의 소장품은 주로 미국 활동 경험이 있는 소수의 현대미술 작가 작품에 집중돼 있었다.
북미 미술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작가는 한국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이다. 백남준의 작품은 164점으로 조사 대상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작가 작품 의 14.6%를 차지했다. 양혜규(45점·4%), 김기찬(41점·3.6%)이 뒤를 이었다.
전체 소장품이 20만 점에 달하는 뉴욕현대미술관은 백남준과 협업해 제작한 작품 14점을 포함해 총 39점의 백남준 작품을 소장했으며, 김범 13점, 양혜규 6점, 서수경 6점, 이우환 4점 등 총 107점의 한국 현대미술작품을 소장했다.
휴스턴미술관은 153점의 한국 미술 작품을 소장해 전체 조사 대상 미술관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이 중 27점은 양혜규, 11점은 김홍석이다. 스미스소니언 허시혼 미술관은 34점의 한국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14점이 니키 리의 작품이다.
미술관들은 주로 2000년대 이후 한국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작품 수집 시기를 보면 2000년대 366점, 2010년대 401점을 소장했으며, 수집 경로는 기증이 전체의 53.1%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북미 미술관들도 한국 미술관처럼 예산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진 작가 작품을 수집할 의향이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증된 작품 중에는 민간 기증이 58%였고, 구매 작품 역시 민간 기금에 의한 구매 취득이 63.7%에 달했다. 하지만 정보 부족의 문제로 소장 가치가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연구원은 “조사 과정에서 기본 정보가 잘못되거나 필수 정보가 누락된 소장품이 많았고, 같은 작가라도 영문명 표기가 제각각이거나 작가 이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 미술품이 서구권 작품에 비해 덜 알려졌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싸, 구매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국외 미술관의 한국 미술품 소장을 늘리기 위해 작품 데이터베이스(DB) 정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리서치 정리 인력 지원 사업, 한국미술 작가와 작품 정보에 대한 표준화 사업, 미술진흥전담기구(가칭)를 통한 기부금 마련, 한국미술공동구입(가칭) 기금 조성, 북미권역의 한국계 큐레이터 네트워크 지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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