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는 재일교포 장훈(84·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수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훈은 "어느 한국 정권이 재일교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며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년 전 일본 국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1940년 히로시마 출신 재일교포 2세인 장훈은 1959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며 최다안타(3085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국적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귀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장훈은 "재일교포는 자의로 일본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병역이나 생계 때문에 건너와 필사적으로 살아왔다"고 재일교포 1세대의 고충을 설명했다. 이어 "국적은 한 번 바꿀 수 있지만, 재일교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차별과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언급하며 "일본인은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장훈은 한국 야구계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그는 "20년 이상 보좌역을 맡아 프로야구 조직을 만들었지만 한국시리즈나 올스타전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며 "은혜와 의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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