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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긴장감에 두둑해진 현금… 방산기업 M&A 불붙는다

각국 방위비 확충에 특수 누려

15개 대형사 잉여현금 500억弗

“AI·드론 등 첨단 무기체계 확보”

기술 보유 스타트업 인수 움직임

VC 자금 유입도 크게 늘어날 듯

미국 전투기 F-35 AP연합뉴스




록히드마틴·노스럽그러먼 등 글로벌 대형 방위산업 기업들의 잉여 현금이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자 대형 방산 기업들이 특수를 누린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첨단 무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윳돈이 생긴 방산 기업들이 드론 등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M&A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2월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형 컨설팅 기업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는 글로벌 방산 기업 15개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새해에 약 500억 달러(약 73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2021년 해당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 총액보다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흐름에서 영업 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을 빼고 남은 일종의 여윳돈을 뜻한다.





최근 방산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은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전투기 F-35를 생산하는 록히드마틴의 경우 잉여현금흐름이 2022년 61억 3200만 달러에서 2023년 62억 2900만 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B-2 스텔스 폭격기를 제작한 방산 업체 노스럽그러먼도 같은 기간 14억 6600만 달러에서 21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3대 방산 업체로 알려진 RTX 역시 잉여현금흐름이 같은 기간 43억 9300만 달러에서 47억 1700만 달러로 많아졌다.

이는 전 세계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며 주요국이 국방비 지출을 크게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방비 지출액은 2조 39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7% 늘었다. 국방비 증액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에 국방 예산을 8952억 달러로 전년보다 1%가량 늘렸고 일본은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비로 전년 대비 9% 증액한 8조 7000억 엔(약 81조 6500억 원)을 편성했다.

통상 잉여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기업들은 주주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 부양에 나서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래 첨단 기술 확보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방산 기업들이 곳간에 쌓인 현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배경이다. 인공지능(AI),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무기 체계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코의 마이클 사이온은 “대형 방산 기업들은 첨단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연구개발(R&D)보다는 M&A를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우주 분야 및 방위 전자장치 등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자금도 방산 분야에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T는 “방산 부문에서 지난 10년간 VC 거래 규모는 약 18배나 늘었다”면서 “방위산업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자본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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