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희생자 유족들이 새해 첫날인 1일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일부가 아닌 유족 전체가 현장을 찾은 것은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처음이다.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였지만 차갑게 식은 사고 여객기의 동체 앞에서 유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오열했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 떡국과 귤 등으로 차려진 간단한 차례상 앞에서 예를 다해 고인을 애도했다. 차려진 상 앞에서 큰 절을 올리던 일부 유족들은 첫 번째 절을 하고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을 찬 바닥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유족들에게 허용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처음 사고 현장을 마주한 유족들은 10분 남짓의 현장 방문이 끝나고 다시 타고온 버스에 올랐다. 일부 유족들은 버스에 다시 올라타지 못한 채 검게 탄 꼬리 부분만 앙상한 사고 여객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머뭇거리기도 했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한 가족당 최대 4명을 사고 현장인 무안공항 활주로로 인솔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오늘 사고 현장을 전원이 다 이동해 답사한다”면서 “유족들이 현장에 가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 답사에서 돌아온 유족들은 간소하게나마 전라남도와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떡국을 먹으며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유족들이지만 떡국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준비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셨다”며 유족들의 식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유가족들에 대한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표를 향해 ‘가짜 유가족’이라는 등 비방의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무안국제공항을 폐쇄하라는 글도 카카오맵 후기 창에 달리기도 했다. 이에 카카오맵 측은 무안국제공항 후기 창을 닫는 ‘세이프 모드’를 적용하고 추모 페이지 배너를 노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이외에도 ‘유가족들이 과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비행기 추락 영상 촬영자가 미리 사고를 알고 있었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가족에 대한 비난과 악플 등에 관해 사이버 수사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107건에 대해 삭제 및 차단을 요청했고 3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