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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그린 교수 "비트코인도 브릭스도 위협 못돼…달러패권 약화 오래 걸릴 것"

[신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배리 아이그린 UC버클리 교수

'이질적' 브릭스 단일통화 어려워

비트코인, 위협도 도움도 안될것

CBDC 맞물려 달러 서서히 약화

韓 등 개방국 통화가 빈자리 차지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 UC버클리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달러의 지배력은 계속해서 약해질 것이지만 그 속도는 아주 느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달러 지배력이 감소한 자리는 한국이나 덴마크 등 소규모의 잘 관리된 개방 국가의 통화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와 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이컨그린 교수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화상 인터뷰에서 “달러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이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채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국채 구매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달러의 위상을 낮추는 극단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단기간 안에 달러 지배력을 위협할 만한 통화는 없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패권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의제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신흥경제국연합체)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컨그린 교수는 “브릭스 통화가 출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단일 통화를 쓰기에는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인도·브라질 등 브릭스 회원국 간 경제 환경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25년간 유럽에서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확인했다”며 “제한된 거래에만 단일 통화를 쓴다 하더라도 브릭스 통화는 유로보다 훨씬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봤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트럼프가 제안했던 비트코인 비축이나 달러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전략에 대해서는 “달러의 위상에 위협도,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비축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분으로 정부 부채를 갚는다는 구상에 대해 “가격이 두 배로 늘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며 “비트코인 준비금은 말이 안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역시 담보가 부족하면 가치가 불안정하고, 과도하면 비용 증가로 확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디지털통화 중에서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만이 미래가 있다고 봤다. 그는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간 지불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과 달러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면 세계 통화 시스템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면서도 “국제 CBDC 프로젝트인 ‘엠브리지’에서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누가 참여하고 누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가능성이나 잠재력과 별개로 CBDC도 세계 통화 시스템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줄어드는 달러의 지배적 위치는 기존 강대국이나 적대국 통화, 또는 비트코인이 아닌 한국과 같이 개방된 국가의 통화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세계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71%(1999년)에서 2024년 초 59%로 하락했으며 그중 4분의 3은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덴마크·노르웨이·한국과 같은 소규모의 잘 관리된 개방된 국가의 통화로 상쇄됐다”며 “이들은 중앙은행과 국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통화이며 앞으로 CBDC가 등장하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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