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에 관여한 군 핵심 지휘부들이 잇달아 구속 기소되면서 이들의 공소장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란 혐의로 처벌을 받으려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군 수뇌부 3인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혐의들이 간접적으로 적시돼 있다.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 지휘부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면서 혐의도 일부 소명된 윤 대통령도 체포 여부와 관계 없이 사전 구속영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달 27일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31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당시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대한 혐의도 일부 내용을 담았다.
내란죄 성립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실제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을 일으킨 구체적 행위에 대한 혐의를 입증해야만 한다. 계엄군 수뇌부 3인의 기소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국헌문란 목적을 위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발령,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다고 적시됐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와 구금을 시도한 사실이 국헌문란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저지한 뒤 별도의 비상 입법 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 윤 대통령의 행위가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할 원인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 등 피의자·피고인들의 행위는 의회제도를 부정하고 영장주의에 위반하는 것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원인이 된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봤다.
또 검찰은 윤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 행위도 있었다고 본다. 계엄군 3인의 공소사실을 보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특전사와 수방사를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끌어내라고 한 시도가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제 윤 대통령을 계엄 당시 국회 주변에서 현장을 지휘하던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본회의장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해 폭동을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피고인들도 검찰 조사에서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도와줄 테니까) 무조건 도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등과 같이 폭동으로 볼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국헌문란 목적도 없고 폭동도 없었다”며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2·3 비상계엄은 헌법에 정해진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를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며 “계엄 당시 군경 관계자들에게 현장 상황 파악 내지는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계엄군 3인에 대한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내용이 간접적으로 담겼지만 정작 윤 대통령이 공수처 등 조사를 거부하면서 12·3 비상계엄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 다만 비상계엄에 개입한 군 수뇌부들이 구속 기소되고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윤 대통령의 혐의도 일부 인정됨에 따라 사전 구속영장도 발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6일까지 체포 집행에 나선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계엄 관련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군 관계자들이 구속 기소된 만큼 윤 대통령 체포가 실패하더라도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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