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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을사늑약 120년 위태로운 AI 주권

김성태 IT부 기자





2025년 을사년은 을사늑약 120년이 되는 해다.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강탈당했고 사실상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다. 일제의 침략 야욕이 주권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당시 정치 체제 불안정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을사년 초부터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주권을 빼앗길 긴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기술이 타국 기업에 종속되며 AI 식민지로 추락해 국가 안보도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나날이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며 전 세계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20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12일간 신기능을 발표했다. 이 기간 동영상 생성 AI ‘소라’를 공식 출시하고 새 추론형 AI 모델인 ‘오픈AI o3’를 공개했다. 구글은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내놓고 ‘AI 에이전트(비서)’를 진화시키고 있다. 전광석화처럼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치 불안정으로 예산과 정책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AI위원회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다. 선장 없이 거대한 파고를 넘어야 하는 것이다.



AI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구축 90억 원으로 책정됐던 올해 예산을 3307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국내 기업의 AI R&D를 뒷받침할 힘이 약해진 것이다.

인재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선임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민 비자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인재 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정부가 ‘톱티어 비자’ 등을 신설했지만 추가 유치 정책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AI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 타협할 과제가 많지만 마음이 통하는 상황부터 해결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AI 기본법 통과에 힘을 모았던 것처럼 자주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을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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