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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하루] 유럽의 단일 통화 유로 출현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


2002년 1월 1일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12개국에 유로화가 등장했다. 4년 전인 1999년 1월에 금융거래 단위로 유로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일반 상거래에 실물화폐로 출현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로써 1952년 석탄철강공동체 출범 이후 성장을 거듭해온 역내 공동체의 존재를 손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 사이에 수많은 반대가 있었다. 스웨덴은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통화 도입을 거부했다. 통화정책과 더불어 경제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덴마크는 고정환율제 유지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는 찬성했다.

새로운 현실을 체감한 것은 역내 주민만이 아니었다. 관광객도 마찬가지였다. 여행 때마다 마르크·프랑·리라·길더를 일일이 환전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20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그리스의 드라크마도 사라졌다. 다만 덴마크·스웨덴과 더불어 영국도 자국 화폐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의식하지 못한 선견이었을까. 이 결정이 아니었다면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때 통화 때문에 더 큰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새로 발행된 지폐와 주화에는 모두 공동체를 향한 유럽인의 고심이 담겨 있다. 지폐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건축의 발전을 상징하는 양식이 등장했다. 정문과 창문, 교각 문양을 통해 고전고대부터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와 현대에 이르는 유럽 문화의 성취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더 재밌는 것은 주화다. 한 면에는 공통 도안으로서 12개의 별과 유럽 지도를 담았지만 다른 면의 도안은 발행 회원국이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독일 발행 주화에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다면, 프랑스 주화에는 마리안느가 등장하는 식이다. 아일랜드는 하프를 담았다. 일부 국가는 옛 동전에 있던 익숙한 상징을 다시 활용했다.



동아시아에 공동체가 출현하게 된다면 공동 화폐의 이름은 어떤 것이 좋을까. 지폐에는 어떤 공통의 문양이 포함될까. 한국에서 발행할 주화의 뒷면에는 어떤 상징이 들어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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