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장기화와 계엄·탄핵 정국 등 정치 불안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이 6838억 달러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연초 목표치 70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반도체 부문 등의 활약에 힘입어 연간 수출 증감률도 3년 만에 반등했다. 1~11월 기준으로 전 세계 수출액 순위도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나 뛰어올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라 밖의 장애물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몰고 올 고율 관세 압박, 국내의 정치 대혼란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증가도 장담할 수 없다.
재계 지도자들은 신년사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가 정신 무장을 주문하고 나섰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고 일상화하는 파워하우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이 1953년 67달러에 그쳤던 1인당 국민소득을 2023년 3만 6194달러로 끌어올리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박한 환경에서 반도체·조선·자동차 산업 등을 일군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등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어야 할 때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미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에도 혁신 기업가들의 창의·도전 정신이 흐르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가 대항전으로 전개되는 전략산업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국회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노력도 가속화해야 한다. 새해에 우리가 일본을 제치고 ‘수출 5대 강국’으로 진입하려면 민관정이 원팀이 돼 기업인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북돋우고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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