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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공지능 시대의 뉴 노멀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태재대 총장





을사년 새해를 맞았다. 근대화의 큰 물결을 무시하고 정쟁만 일삼던 조선 제국이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빼앗긴 지 120년 만에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고 백범 선생이 그토록 바라던 문화 강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몰려온다. 일제강점기와 민족상잔의 상흔을 딛고 가난 탈피를 위해 기업가 정신과 교육열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던 우리가 20세기 후반 제조업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강국이 됐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를 선도해 21세기에 또 한번의 대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중세에 인쇄술의 발명으로 종교개혁·르네상스·과학혁명이 이뤄졌던 것처럼 AI는 21세기 인류의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문명사의 대전환을 초래한다. 마치 우리가 근육을 사용해 삽질하는 것보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것이 수백 배 효과적인 것처럼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을 효율적으로 대체한다. 이제 AI에 의해 노동의 양태·강도·시간 등이 빠르게 바뀌게 될 것이다.



AI 시대의 개막은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은 신대륙 영토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 국가 역량 세계 1위인 미국은 AI 국가안보각서(NSM)를 통해 AI 개발의 글로벌 선도, 책임 있는 AI 활용, 국제 AI 거버넌스 환경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연방 AI 샌드박스를 채택하고 대학의 AI 기술 교육을 위해 1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백악관과 엔비디아 사이에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넘어 컴퓨팅센터·로봇·바이오 등에도 AI 기술을 활용해 관련 분야 경쟁력 선두를 차지하려 한다. AI 국가 역량 세계 2위 중국도 2030년에는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공공 데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해 중국 AI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위 AI 기본법이라고 하는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이 2024년 말 국회에서 양당 합의로 통과됐다. 이제 기본법에 이은 다양한 후속 법안들이 마련돼 AI 시대 사회 시스템 대전환을 설계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5개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시스템을 AI 시대에 맞게 대개혁하기 위해 체계적인 AI 맵을 작성해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AI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빅데이터 공개를 위해 정부의 공공 데이터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있는 것을 익명화해 AI 활용 기술 개발 및 사업화가 가능하게 할 것이다. 2조 원 규모의 AI 컴퓨팅센터 구축, AI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 AI 인재 양성, AI 반도체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 개발 지원, AI 활용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지원, 교육 현장에서 AI 기술의 활용 등에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시기에 적극적 AI 정책만이 우리나라가 21세기 또 한번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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