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20여 년 만에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정비사업의 8부 능선’이라 불리는 사업시행인가 준비에 돌입했다. 동시에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한편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건축환경(친환경), 소방설계 및 성능위주설계 등 7개 분야를 담당할 용역업체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조합은 이달 8일 대의원 회의에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건축·경관심의 등 각종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이 심의들을 받기 위한 업체 모집에 나선 것은 사업시행인가 준비를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재건축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과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진행하는 통합 심의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는 2023년 2월 14층, 4424가구 규모인 현재 아파트를 용적률 300%, 최고 35층, 5778가구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이후 용적률과 분양 물량을 더 늘리기 위해 역세권 개발을 활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역세권 개발은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역 인근에 있는 정비구역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올려주는 정부 제도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단 이를 통해 늘어나는 가구 수의 일부를 뉴:홈 공공분양으로 공급해야 한다.
조합은 역세권 개발을 하게 되면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것은 물론 가구 수를 현재 계획에서 700~800가구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용도지역은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다. 역세권 개발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용적률을 최대 360%까지 활용할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1월 중 조합원 총회에서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상향하는 방안, 최대 용적률을 360%로 올리는 방안을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합은 사업을 신속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 방식을 신청할지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은마아파트는 2021년 신통기획을 신청했지만 이미 정비계획이 입안된 상태여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최고 층수 및 용적률 상향 같은 중요 변화를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조합 판단이다.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의 자문을 거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정비계획 변경을 완료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은마아파트의 가격도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지난해 11월 28억 원에 매매돼 연초(22~23억 원 대)보다 5~6억 원 가량 올랐다. 전용 84㎡는 29억 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1998년 재건축 추진을 결정했지만 안전진단, 정부 규제, 조합 내분 등의 요인으로 오랜 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을 대표하는 단지인 만큼 재건축 후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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