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북한에서 구소련 유학파 장교들이 대거 체포되고 이들 중 200명가량이 총살된 이른바 ‘프룬제 쿠데타 모의 사건’이 발생했다. 체포된 친소파 장교들은 1991년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물려준 데 격분해 1993년 김정일을 제거한 뒤 주체사상으로 왜곡된 북한 사회주의를 개조하고 남한을 침공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쿠데타 모의 주역들은 주로 소련의 프룬제 군사 아카데미를 거친 인물들이었다. 러시아 제국 시절인 1832년 개교한 프룬제 군사 아카데미는 말리놉스키 기갑군사학교, 샤포시니코프 고급지휘관 과정과 함께 1998년에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로 통합됐다.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로 주목받고 있다. FT는 지난해 12월 31일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 휘장이 새겨진 기밀문서를 단독 입수해 러시아가 한국, 일본과 전쟁을 벌이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민간 인프라까지 표적으로 삼는 훈련 계획을 수립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과 일본의 도로·교량·공장 등 160곳을 잠재적인 공격 목표물로 설정했다. 2013년 또는 2014년에 회람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에는 포항제철소와 부산의 화학 공장 등 민간 시설까지 타격 목록에 오르는 등 충격적인 내용들이 들어 있다. 러시아의 군 관계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의 동부 국경이 노출돼 미군 자산과 지역 동맹국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와 북한의 최근 접촉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1월 18일 블라디미르 자루드니츠키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 대표단이 평양을 찾아 군사교육 협력을 모색한다는 추측을 낳았다. 북한 매체들은 새해 첫날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하장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을 특별히 부각해 전했다. 군사동맹을 복원한 북한과 러시아가 어떤 군사적 음모를 꾸밀지 알 수 없다. 북러가 도발을 시도할 경우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완벽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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