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신약 개발 전문 글로벌 대기업이 없어 글로벌 제품 개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하려면 미국 진출이 필수입니다. 다만 그들과 일하기 위해서는 조직 관리와 기업 문화를 글로벌 수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주(사진)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2019년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에 연구소를 설립한 오름테라퓨틱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바이오텍의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은 실패할 여유가 없는 만큼 실패 경험이 많아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아는 대기업 경력의 인재가 매우 필요했다”며 “한국에 글로벌 대기업이 있는 정보기술·자동차 업계와 달리 국내에는 신약 개발 전문 글로벌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아 미국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오름이 찾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경력직이 보스턴에 많아 이곳에 자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보스턴은 빅파마와 각종 연구기관이 모여 있어 네트워킹에 유리하고 이는 곧 회사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보스턴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각종 연구기관이 밀집돼 있고 연구원들이 2~3년에 한 번씩 이직하면서 다양한 제약사·바이오벤처에 포진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며 “현지 채용을 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제약 시장의 트렌드와 니즈를 직접 체감하며 기술 방향성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가 미국에 진출하면 높은 비용과 이질적인 기업 문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조직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근무 경력은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이 대표는 “언어·문화 장벽이 높아 한국팀과 외국팀의 합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고 리더의 글로벌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며 “오름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등 글로벌 바이오텍에 걸맞은 글로벌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미국은 고비용, 고효율, 대퇴사 노동시장”이라며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기다리고 투자하는 인내심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법의 차이도 있고 한국 기업의 인사관리 철학으로 외국 조직을 관리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 인적자원(HR) 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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