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
참사 닷새째인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계단 유리 난간에는 유가족과 지인, 추모객들이 쓴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빼곡하다. 무안공항에 이 같은 ‘추모의 계단’을 만든 이는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다. 참사 소식을 접한 이 대표는 무안공항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버스를 타고 무안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줬다. 이 대표의 노력과 유족, 추모객의 마음이 합쳐져 계단이 탄생한 것.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은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만들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이날 무안공항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난간 중간쯤 붙은 한 메모지에는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에게 전하는 딸의 마음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아직도 엄마가 여행 가서 돌아오지 않은 게 실감이 안 나. 그동안 말 안 듣는 딸내미 키우느라 고생했고,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눌러 적은 메모였다. 이어 "아빠랑 오빠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잘할게. 대신 아빠 꿈에 한 번만 나와서 데이트해줘"라고 절절한 심정을 담았다.
참사로 쌍둥이 언니를 잃은 동생의 손 편지도 눈길을 끌었다. 희생자의 동생은 "언니, 다시 태어나면 또 내 자매로 태어나 줘. 그땐 내가 언니하고 언니는 동생 하기로 했잖아. 내가 애들 잘 돌보고 살필게. 언니 편히 눈 감아"라고 썼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눌러 적은 희생자의 딸은 "아빠가 매일 일찍 일어나고 힘들었던 거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아빠 주변엔 모두 좋은 친구들뿐이더라.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서 존경스러워. 비행기에서 아프지 않았길, 마지막이 평온했길 바랄게. 내가 너무 사랑해"라고 했다.
시민들이 남긴 위로의 메시지도 붙어 있었다. “너무 슬프고 무서웠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부디 그곳에선 아픔 없이 행복하세요” “아팠던 기억은 모두 이곳에 남겨두시고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등 많은 추모객들이 포스트잇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한편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 대합실엔 사망한 179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운영 기간은 정부가 참사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4일까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