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불안과 글로벌 무역 갈등 고조 등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산업계의 리더들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신년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았다. 한종희·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변곡점”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전고체 전지와 같은 차세대 기술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 혁신에 더욱 집중하고 최고 품질과 성능을 갖춘 혁신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최첨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제조 업체들은 첨단 기술력에서 미국과 대만·일본 등에 밀리고, 중국에 맹추격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동안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기술 경쟁력과 인재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좌우되는 상황을 맞았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전환기에는 한번 뒤처지면 추격 불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기업들은 혁신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두뇌 영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규제 사슬 혁파와 세제·예산 지원 등을 서둘러야 한다. 연구개발(R&D) 인력까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로 묶어두면 밤낮으로 연구 및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해외 주요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첨단산업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 입법 등이 시급한 이유다. 기업과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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