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엉뚱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2024년은 마크 트웨인의 말대로 단지 ‘웃음의 양식’을 제공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아예 ‘폭소 대잔치’를 베풀어주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헛웃음을 짓게 만든 주인공들과 황당한 사건을 꼽아보자.
웃음 한마당의 주인공은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이자 같은 해 국무부의 기후특사로 지명된 존 케리다. 그는 “러시아가 배기가스 감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크라이나전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범죄자들은 탄소발자국부터 최소화하고 볼 일이다.
한 내부고발자는 연방감독관이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에 대응하는 일선 구조팀에게 “트럼프 지지 팻말이 서있는 집은 건너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허기에 지친 아이티 이민자들이 미스 새씨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신고가 경찰당국에 접수됐지만 조사 결과 해당 고양이는 주인 집 지하실에서 건강한 상태로 발견됐다.
대선후 처음 열린 민주당 세미나에서 카멀라 해리스 선거캠프의 고위 간부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흠잡을 때 없이 완벽한 캠페인을 벌였다고 자평했다. 선거 다음 날 많은 대학은 선거 결과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위해 우유, 과자, 컬러링 북, 레고, ‘성찰의 공간’과 ‘스트레스 상담’ 등을 제공했다.
대선 직후 뉴욕타임스 1면에는 ‘국가 장악력을 잃어가는 진보주의적 이상’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문제의 기사는 미국이 진보적 이상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르완다는 양극화되지 않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지난 2000년 권좌에 오른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올해 치러진 선거에서 99.1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사우스다코타의 공화당 주지사 크리스티 노엠은 그녀의 회고록에서 북한의 김정은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기자들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이같은 일화가 그 이후 조정됐다”는 뜻모를 해명을 내놓았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 팀 월즈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이웃을 돕고 살피는 선린관계를 표방한다. 엄격한 선린관계를 수립한 쿠바는 정부의 보조를 받는 빵의 하루 배급량을 80g에서 60g으로 줄였다. 독일군이 자발적으로 폴란드의 홍수피해 복구 지원에 나서자 폴란드 총리는 대국민 긴급 담화문을 통해 “독일군을 보더라도 겁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 2023년 한 해동안 앰트랙은 17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지만 금고를 탈탈 털어 14명의 중역들에게 1인당 20만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 보너스를 지급했다.
버지니아 교육구는 성을 구분하는 인칭대명사를 잘못 사용해 파면된 교사에게 57만 50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뉴욕·뉴저지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자 뉴저지 주 상원 선거에 출마한 녹색당 후보는 “이곳은 결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지역”이라며 “기후위기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소탕에 나선 5명의 미시시피 경관들은 어머니의 차량 뒤편에서 오줌을 누던 10살짜리 어린이를 체포했다. 문제의 어린이에게는 3개월의 보호관찰형이 선고됐는데 이 기간에 보호관찰관은 아이를 상대로 자의적인 마약검사를 할 수 있다. 교내 난동이 아니라 난동 사유에 분노한 오하이오 주 의원은 “무언가를 범죄화할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라”는 최근의 추세를 좇아 오하이오주립대 풋볼필드의 중앙에 방문팀의 깃발을 꽂는 것을 중범죄로 처리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시카고 교사 노조는 9만 5000달러의 중간 연봉을 받는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이 “만성적으로 결근한다”는 보고는 여성혐오라고 선언했다.
카타르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아랍 문화 예술 프로그램 ‘브루클린의 PS 261’은 이스라엘이 빠진 중동지도를 갖고 있다. 2024년도 국제사면위원회의 보고서는 ‘2023 10월 7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역에 공세를 취했다.’로 시작된다. 하지만 군사행동의 정확한 이유는 명시돼있지 않다. 2023년 10월 9일자 뉴욕타임스는 어딘지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하버드대 학장의 지적 때문에 대학의 고위 행정가들이 하마스의 테러공격을 묘사하면서 ‘폭력적’이라는 단어를 빼버렸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80세 되던 해에 태어난 미주리주 볼리바의 주민 빌 풀은 2025년 1월 100번째 생일을 맞는다. 남북전쟁 참전자의 아들 중 마지막 생존자인 빌은 아마도 한바탕 웃음으로 2024년 한 해를 살아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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