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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규칙과 수학 공식[골프 트리비아]

겨울은 골프지식창고 채울 최적 계절

규칙은 단순 암기 아닌 원리 깨우쳐야

기초인 ‘용어의 정의’ 꼼꼼히 살펴봐야

꼬리 물듯 익혀야 이해 쉽고 응용 가능

골프 규칙에는 골프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Getty Images




긴 겨울밤 독서만큼 좋은 벗도 없다.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기라도 하면 운치까지 더해진다. 열성 골퍼에게 라운드를 나가기 힘든 겨울은 아쉬움의 계절이다. 이럴 때 골프의 지식 창고를 채우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양한 골프 지식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골프 규칙 책을 완독해 보길 권한다(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 또는 앱으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골프 규칙은 단순한 게임의 요령을 나열해 놓은 게 아니라 골프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핵심 원칙이기 때문이다.

골프 규칙은 모든 스포츠 중에서도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다. 골프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들도 규칙을 헷갈려 하는 정도다. 규칙이 책 한 권 분량이지만 사실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을 정리한다면 이보다 몇 곱절 많아질 것이다. 더 큰 난관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골프 규칙은 수학처럼 익혀야 한다. 수학 공식은 문제를 쉽고 편리하게 풀 수 있는 일종의 도구다. 하지만 공식만 달달 외우고선 응용문제가 나왔을 때는 정작 풀지 못한다. 해당 공식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원리를 알아야 다른 난해한 문제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골프 규칙도 수학 공식과 같다. 규칙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골프의 대원칙은 두 가지다. 코스를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고, 볼을 놓인 그대로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태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기에 다른 보완 규칙들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면서 생겼다.

규칙에서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티잉 구역에서 홀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이다. 볼이 OB 구역으로 갔거나 페널티 구역 밖에서 분실됐을 때 직전 샷을 했던 지점으로 다시 가도록 하는 건 플레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잘못된 볼을 플레이하거나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를 했을 때 일반 페널티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 다음 홀의 플레이를 하면 이 연속성이 깨져버린 것이기에 실격(잘못된 장소는 중대한 위반 시)까지도 된다.

용어에 대한 개념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규칙에는 70여 개의 규정된 용어가 있고, 이 용어들이 규칙의 기반을 이룬다. 용어의 정의를 숙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용어의 정의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드레스를 취하려고 볼 뒤 지면에 클럽을 대는 과정에서 볼이 기우뚱거렸다. 이때 플레이어는 볼을 움직인 것일까, 아닐까. 답은 ‘움직인 게 아니다’이다. 용어의 정의에 ‘움직이다’는 정지했던 볼이 원래의 지점을 벗어나 다른 지점에 정지한 걸 말한다. 따라서 기우뚱만 한 건 원래의 지점을 벗어나 다른 지점에 정지한 게 아니므로 움직인 게 아니다. 만약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던 볼이 옆으로 이동하지는 않았지만 아래로 내려앉았다면 어떨까. 이때는 볼이 움직인 것이다. 용어의 정의는 수평뿐만 아니라 위아래로 이동한 것도 움직인 것으로 본다.

또 하나의 예로 볼 주변에 있는 루스임페디먼트(어딘가에 붙어 있지 않는 모든 자연물)와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은 왜 제거를 해도 벌타를 받지 않는 걸까. 얼핏 볼의 라이를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규칙 위반 같지만, 루스임페디먼트와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은 라이에 해당하지 않는 걸로 간주하기에 벌타가 주어지지 않는다.

티잉 구역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 우연히 볼을 맞힌 경우에 1타를 친 것으로 보지 않는 것도 용어의 정의에 답이 있다. 스트로크란 ‘볼을 치기 위해’ 그 볼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으로 클럽을 움직이는 동작을 말한다. 연습 스윙은 볼을 치기 위한 행동이 아니므로 스트로크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티잉 구역에서 연습 스윙으로 움직인 볼은 아직 인플레이 상태가 아니고, 그렇기에 티에서 볼이 떨어졌다면 그 볼을 집어서 다시 티 위에 놓을 수 있다.

이와 달리 페어웨이나 러프 등 일반 구역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우연히 볼을 맞혀 움직이게 하면 1벌타를 받는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 상태의 볼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만 퍼팅 그린에서는 우연히 볼을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 이는 그린이라는 협소한 장소에서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플레이를 하다 보면 우연히 볼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예외로 인정한 것이다.

이렇듯 골프 규칙들은 큰 개념과 보완 개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하나로 엮어야 규칙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된다.

새해가 되면 나름의 1년 목표를 정한다. 골프로 치면 1년은 12개 홀로 이뤄진 한 라운드다. 각 홀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나름 전략을 짜야 할 시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학 문제를 풀 듯 한 홀 한 홀을 연속성 있게 즐기면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연말에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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