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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도둑 잡는 스파이, 테드 댄슨  

은퇴한 공대 교수 찰스(테드 댄슨)는 신문에서 스파이 구인광고를 보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스파이가 된 남자’(A Man on the Inside)는 가볍게 보기 좋은 시트콤이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다. 믿고 보는 배우 테드 댄슨과 윤리 철학 드라마 제작자 마이클 슈어가 ‘굿 플레이스’ 이후 다시 뭉쳐 내놓은 회심의 역작. 2021년 오스카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요양원 비밀요원’(The Mole Agent)이 원작이다.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사립 탐정이 올린 ‘스파이’ 구인 광고에 지원한 은퇴한 교수 찰스가 잠입 수사에 나서 한 가문의 가보 목걸이 도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요양원에 노부모를 모신 적이 있다면 공감 백배다. “요양원에 도둑이 있다”는 의심은 사실이 아닐 때가 많다. 하지만 치매 입주자의 상상이 만들어낸 절도사건이 아닌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단서와 용의자 찾기보다도 의뢰인 부모의 치매 증상이 심해져 간다는 단초가 되어서다.

마이클 슈어(49) 제작자는 “전통적으로 이 나라에서는 노화를 하나의 과정으로 논의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말 그대로 노화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우리가 가진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70대 배우에게는 큰 영화 배역을 하나만 맡기는 게 그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는 일종의 시스템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예술 형식은 TV이다. 그렇다면 그 배우들에게 여러 시즌에 걸쳐 몰입할 수 있는 더 굵직굵직한 역할을 맡기는 건 어떨까. 젊음에 집착하는 이 문화 속에서 노화를 주제로 한 시리즈를 만들어 한 종족을 더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원작인 다큐멘터리 속 83세 세르히오는 꾸미지 않아도 매우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단 한번도 거짓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노년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테드 댄슨은 완벽한 캐스팅이다. ‘스파이가 된 남자’ 찰스는 적격 테스트를 통과하고 훈련의 비밀을 숙지하는 순간 어린아이의 눈빛이 된다. 1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더 좋은 삶은 없다고 느끼던 찰스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훤칠한 키와 자상한 성격 덕분에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는 게 스파이 임무를 해나가는 데 있어 유일한 단점. 이 흥미진진한 여정을 통해 아직도 삶에서 기대할 것이 많음을 깨달은 찰스는 거리감을 두며 슬픔을 나누지 않았던 딸 에밀리와도 다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스파이가 된 남자’ 7화에서 찰스(테드 댄슨)가 캘버트(스티븐 맥킨지)에게 샌프란시스코 도시 관광을 시켜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77세의 나이에 단독 주연을 꿰찬 테드 댄슨은 “고령화된 이 나라에서 우리가 언급하지 않는 주제인 노화에 대해 가볍고 어리석지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슬픔, 불편함, 고통, 회한 그리고 기쁨으로 가득했다”며 “인생에서 활동적인 삶을 유지한다는 즐거움은 매우 크다. 인생이 끝나기 전에 멈추지 않고 백 퍼센트를 다하는 삶 말이다. 이 나이에 더 젊거나 강한 척하며 높은 빌딩을 뛰어넘는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70대와 30대의 코믹 연기 차이를 묻자 “좋은 글이 있으면 좋은 연기가 나온다. 항상 모든 것을 작가에게 돌리려고 노력한다. 형편없으면 작가 탓이지 연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잘 쓰여진 좋은 농담은 거꾸로 읽어도 여전히 웃길 수 있다”고 위트있게 답했다. 또한 “더 이상 농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예전에는 30분짜리 시트콤, 특히 라이브 시트콤의 경우 한 페이지에 세 가지 농담 정도는 기본이었다. 그런데 더이상 그런 농담을 감당할 수 있는 신경계가 없다. 흥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인간의 진실을 탐구할 수 있는 이런 형식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창의력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파이가 된 남자’에서는 메모리 케어에 무게가 실린다. 원작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세르히오의 딸 캐릭터와 시설을 운영하는 여성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다양한 형태의 치매를 앓고 있는 개인의 고유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메모리 케어는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 상실과 인지 기능 저하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감정적으로 부담스럽고 압도당하기 쉬운 시기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돌봄과 도움을 제공하는 치료시설이다.

마이클 슈어 제작자는 “원작 다큐의 묘미는 관객의 정서적 반응이 균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실과 세트장에서 했던 모든 작업에 그와 동일한 분위기, 동일한 느낌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다큐를 연출한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에게 양치기 개처럼 행동해 달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겉보기에는 최소한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어 다큐를 본 모든 사람이 ‘부모님께 전화하고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하고 싶다’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데 공감했듯이 시리즈가 끝나면 모두가 전화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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