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 경호처와 5시간 대치한 끝에 영장집행 중지를 선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몰려든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희비가 갈렸다.
3일 오전 7새 14분 공수처 수사관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경찰로 이뤄진 체포조는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해 40여분간 경호처와 대치를 벌인 후 8시 2분께 관저 정문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이내 경호처가 정문 안쪽에 구축한 버스 차벽에 막힌 체포조는 실랑이를 벌여 경내에 진입했지만, 또다시 미니버스를 이용한 경호처에 다시 발목을 붙잡혔다.
오전 9시 55분께 1차 저지선과 2차 저지선을 모두 뚫어낸 체포조는 관저 건물 앞까지 전진했다. 이러한 소식이 들리자 진보 측은 윤 대통령의 체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한 진보진영 관계자는 “공수처의 결단력과 실행력이 윤 대통령 체포라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새벽부터 한남동 일대에 집결한 보수 단체 측은 체포조 진입 소식에 격분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공수처 나가라”,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진 뒤 본격적으로 양측의 희비가 바뀐 것은 오후 1시 30분이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뉴스를 접한 보수 진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결국 우리가 이겼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곳곳에서는 “윤석열 파이팅”이라는 울음 섞인 구호가 들려왔다. 집회 연단에 오른 집회 관계자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참가자들을 고조시켰다.
반면 진보 진영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공수처가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허탈한 듯 피켓을 쥔 손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체포조 진입을 막아선 경호처를 향해 “사설 경비원이냐”, “경호처장 직위해제” 등 울분 섞인 고성을 내질렀다.
예민해진 양 측 집회 참석자들은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3시 한강진역 2번출구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이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체포영장 중지 소식에 귀가를 하러 인근을 지나던 보수단체 지지자들이 지나간 것이다. 경찰은 양 단체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물리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고성과 욕설을 쏘아올렸다. 보수 집회 참석자들은 “빨갱이 공산주의자들”, “대통령이 무슨 죄냐”며 입에 담지 못할 심한 말을 하기도 했다. 진보 측 참석자들은 대체로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 인원은 참지 못하고 “이제 곧 체포될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한편, 양 단체는 오는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수처가 오는 5일 체포영장을 재집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 측의 집회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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