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자 최대 생산국이 된 지도 15년이 넘었다. 3억 5000만 대를 보유해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7억 대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은 성문을 굳게 잠그고 성 안의 공장을 다시 돌리면서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지킬 요량이다. 중국을 겨냥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중국 자동차의 물결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생산이 3000만 대를 넘어선 중국 자동차의 존재감은 가공할 만하다. 그간 독일과 일본이 차지하고 있던 최고의 품질에 도전하고 수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 수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출량이 500만 대에 이른 중국이 일본을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최대 수출국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자동차의 자리를 중국 자동차가 대체하고 있다. 50여 년 전 자본주의를 도입하며 잘사는 중국을 만들고자 했던 덩샤오핑의 계획이 첨단 기술 각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을 달성하고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만들었으며 이를 밑받침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자동차 산업을 이루게 됐다. 외국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자회사를 만들도록 해 기술을 습득한 중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 시장부터 장악했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던 독일 브랜드의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기준 17%로 줄었고 한때 10%에 육박하던 우리나라 자동차도 1%대로 떨어졌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 기술의 소요는 중국에 더욱 큰 기회를 제공했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70%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특히 배터리 전극재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올 만큼 배터리 소재 자원의 절대량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일찌감치 신동력 기술 개발을 표방한 중국은 배터리 기술과 원료 공급망을 장악해 3000만 대의 자동차 중 1000만 대 이상을 배터리 자동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연료전지 포함)로 채우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에 이른다. 테슬라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성비를 앞세우고 이제는 품질까지 인정받고 있는 비야디(BYD)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테슬라를 앞지르는 기세로 중국산 전기차가 신흥국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상용차 시장에 이미 진입한 BYD가 올해부터 승용차를 출시하기로 해 자동차 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국가자본주의의 힘으로 집중 지원하고 인력을 양성해온 중국은 미래 모빌리티에도 적극적이다. 경쟁 납품 시스템을 통해 선진국 못지않게 부품 산업을 육성한 중국은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정보기술(IT)의 선진화까지 이루면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거리는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중국이 그간의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내연기관차와 특히 하이브리드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것도 특기할 사항이다. 세계를 공략하는 중국에 대응해 우리는 제조 기술에 더해 고급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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