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개최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1+1 항공 프로모션’을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이는 인천공항·김포공항 등 수도권으로 입국한 외래(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국내선 항공권 1만 장을 무료로 배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역소멸 위기에까지 빠진 지방을, 관광산업을 통해 되살려보자는 각오로 시작됐다.
일단 회의 직후인 지난달 29일 일어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로 이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조사과정에서 무안공항 시설의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에서 지방의 공항 안전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번 프로모션의 실행은 다소 연기될 예정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공항을 살리는 작업이 멈춰서는 안된다고 대부분은 지적한다. 지방 공항의 어려움은 곧 지방의 어려움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국내 항공사고는 대부분 지방 공항에서 발생했다. 1993년 전남 해남에서 아시아나항공, 2002년 경남 김해에서 중국국제항공, 그리고 이번에 전남 무안에서 제주항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4개 공항만이 흑자를 기록했다. 이중에서 인천공항의 흑자는 5324억 원이나 됐다. 그리고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적자였다. 이번에 제주항공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무려 253억 원 적자로, 전체 공항중에서 최악이었다. 공교롭지 않은가. 전형적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
즉 이러한 현상은 지방 공항의 영업 잘못만으로는 볼 수가 없다. 지방 공항의 이용객이 적고 결국 이는 운영적자로 이어지며 다시 시설부실이 되는 악순환인 셈이다. 치적용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쓸모없는 공항을 요구하는 현상도 없지만은 않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 현상이 가속화되는 우리나라 지방 문제가 해결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한다.
이번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에서 나온 프로그램 도입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래 관광객의 입국 쏠림이다. 2023년 외래 관광객의 공항별 이용 비중은 인천공항이 78.7%, 김포공항이 7.8%, 김해공항이 7.3%, 제주공항이 5%였다. 이들은 모두 흑자 공항이다. 반면 기타 11개 공항은 전체가 달랑 1.2%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도권 쏠림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심해졌다. 2019년의 경우 인천공항 비중이 74.2%이었던 반면 기타 11개 공항은 2.1%였다.
2023년 외래 관광객의 방문지역 비중도 서울시가 80.3%로, 2019년(76.4%)보다 더 높아졌다. 인바운드관광의 서울 쏠림현상이 역시 더 심해진 것이다. 이어 부산시가 17.6%, 경기도가 13.3%, 제주도가 8.7%이고 그외 나머지 지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경제와 인구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으로 분산과 활성화를 도모하는, 국토균형 발전 전략을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지방 공항의 개선 작업과 관광 프로모션이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안공항 참사는 무안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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