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불러오고 있는 AI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AI와 일의 미래(AI and the Future of Work)’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된 세션에서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이나 일자리 대체 같은 ‘흔한 주제’를 넘어, AI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방안이 제시됐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톰 미첼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가 노동 수요·공급 최적화로 경제학의 실증적 분석 방법론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첼 교수는 1997년 학계 최초로 머신러닝 교과서를 집필한 AI 권위자다.
미첼 교수는 “정치인들과 AI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노동자에게 정말 필요한 AI 기술은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이는 곧 AI가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로 인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면 인력 수요에 따른 최적의 교육으로 고용자와 피고용자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노동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첼 교수는 “국가 고용 데이터 자산을 구축해 지역, 분야별 노동력 과잉이나 부족을 파악하면 구직자들이 취업을 위해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할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링크드인 등 구인구직 플랫폼과 ADP 등이 지닌 급여데이터, 대학이 지닌 취준생 정보 등을 통합해 AI로 분석할 수 있다면 인력 문제에 대한 ‘진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민감한 고용정보 통합에 대한 선결과제도 많지만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다. 미첼 교수는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유출, 정보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 설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고용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해 AI 모델처럼 훈련시키고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면 경제학의 실증적 연구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고 미래 예측과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존 호튼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AI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경제학적 문제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호튼 교수는 “AI는 수준 높은 수학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도 하지만 어린아이도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에 당황스러운 답을 내놓기도 한다”며 “이 문제가 AI 혁신의 경제적 본질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튼 교수는 “현 생성형 AI 사용 방식은 명령을 입력하고, 결과물이 허용 가능한 높은 수준인지 결정하고, 아니라면 새 명령을 통해 수정하는 반복 과정”이라며 “AI가 좋은 성과를 낼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를 짚었다. 그는 “AI가 내놓은 결과가 ‘허용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경제학이 다뤄야할 문제”라며 “결과물의 용도에 따라 허용 가능한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호튼 교수는 "AI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역량에 달린 게 아닌, 인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과 반복적인 질문과 답변을 통해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 AI 기반 사회 시스템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문제"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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