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경호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는 입장이 이어지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공수처가 어떤 묘수로 상황을 풀어갈지 주목된다.
대통령경호처는 5일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수처가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후 경호처는 “역대 모든 정부에서 그래왔듯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경호대상자에 대한 경호임무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경호처는 “공수처와 국수본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 경호구역과 군사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었다. 공수처가 만약 추가 영장을 집행 시 다시 막아설 것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은 경찰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경호처는 4일 한남동 관저 인근 산길의 철조망을 정비하는 등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
군과 경찰이 경호처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지만, 경호처가 막아서면 공수처는 3일처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3중 경호체계다.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이 관저 외곽,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관저 울타리 경호를 담당하고, 경호처는 담장 내 최근접 경호를 맡는다.
지난 3일 관저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을 터준 것은 55경비단과 202경비단이었다. 공수처와 경찰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서울경찰청 지휘를 받는 202경비단도 외곽에서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다만 3차 저지선에서는 차벽과 함께 경호·군 인력 등이 팔짱을 끼고 200여명의 인간띠를 만들어 벽처럼 늘어섰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호영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행)·김선호 국방차관(국방장관 직무대행), 공수처 이대환 부장검사, 박상현·이현주·최장우 검사 및 수사관 등 30여 명,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 등 모두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치상·특수건조물침입·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공수처 영장 집행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 위원장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장 집행 시도는) 대단히 불공정하고 대단히 월권적인 부당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위법한 체포영장 발부, 집행은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공수처와 경찰은 무리한 영장 집행 등 월권적 수사행태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다시 제대로 된 소추문을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입장을 내지 않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4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라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못이 있다고, 위헌적 탄핵, 불법 수사와 체포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영장 집행이 좌절되고 보수층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자 적극 윤 대통령을 지원사격하는 모습이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고,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소폭 상승하는 모습이다.
외곽에서 윤 대통령 측 입장을 대변해온 석동현 변호사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서부지방법원의 판사 1명이 짧은 검토만으로 서명 발부한 체포영장 하나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의 적법성을 확인해주었다거나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속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법조인 중 외눈박이 성향이 아니라면 절대 다수는 영장이 명백히 위법무효할 경우 그 영장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해석을 충분히 인식,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야권은 체포영장 무산을 두고 '경호처 해체'까지 거론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제2의 내란'"이라며 "적법한 법 집행을 가로막고 내란수괴를 옹호해 '내란 사병'을 자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호처를 해체하고 업무를 타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대통령 경호법 개정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수처 내부에선 당장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서기보다 차분하게 후속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9시41분께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에 출근했다. 오 처장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 등을 묻는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공수처는 이날은 당장 체포영장 추가 집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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