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5일 “경호처의 제1 경호대상은 현재도 윤석열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과 관련해 대통령 대통령 경호처가 관저 진입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호처에 대한 비판 수위가 커지자 정 실장까지 지원 사격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박종준 경호처장은 본인 명의의 ‘대통령 경호처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대통령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이어 박 처장은 “경호처는 무작정 수사기관의 법집행을 방해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다”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경호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박 처장은 “만약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저는 어떠한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 “경호처장이 호위무사다” “경호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묻지마식 비난이 쏟아지자 직접 입장을 내놨다.
박 처장의 입장문 이후 정 실장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체포영장 시한을 하루 앞둔 공수처는 영장 강제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군과 경찰 일부가 경호처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지만, 경호처가 막아서면 공수처는 3일처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3중 경호체계다.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이 관저 외곽,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관저 울타리 경호를 담당하고, 경호처는 담장 내 최근접 경호를 맡는다. 3일 영장 집행 당시 1차·2차 저지선은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하지만 3차 저지선에서는 차벽과 함께 경호·군 인력 등이 팔짱을 끼고 200여명의 인간띠를 만들어 벽처럼 늘어섰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차와 2차 경호를 각각 담당한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육군 수방사 소속 55경비단에 대해 “기존 탄핵심판 전까지 경호를 해야하는데 경호처장 허락도 없이 (인원을) 빼면 어떡하나”며 “즉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향후 영장 재집행, 영장 집행 기한연장, 사전구속영장 3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바깥 상황 보면 눈이 많이 온다”며 사실상 이날 중 재집행이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설 경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향후 윤 대통령 신병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설지, 체포영장 집행 기간 연장을 신청할지, 집행 없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체포영장은 오는 6일 자정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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