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5가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이브 인(Dive in·몰입)’을 주제로 열린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몰입할 뿐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올해 CES는 한층 고도화·일상화된 AI 기술로 전 산업 분야에 걸친 첨단기술의 발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는 AI 기술은 로봇·모빌리티·바이오·콘텐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기술력 우위의 제품 수출로 활로를 찾아온 한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AI 성숙도 매트릭스’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미국·중국·영국·캐나다·싱가포르 등 선도국 그룹에 들지 못하고 ‘2군’으로 분류됐다. 경쟁력 상실의 주요 원인으로 시대에 뒤처진 규제 사슬과 부족한 정부의 지원 등이 지목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3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포지티브 규제 환경에선 혁신의 씨앗이 자라날 수 없다”며 과감한 규제 혁파를 호소했다.
첨단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족쇄는 경직적인 노동 규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업종 구분 없이 고소득 연구 인력에 대해서도 획일적으로 적용돼 노동시간 제약이 없는 경쟁국과의 첨단기술 개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분야 연구 인력에 한정해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자는 반도체특별법조차 거대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우선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 노동시간 규제 완화의 물꼬를 터야 기술 개발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AI를 포함한 첨단기술을 확보하려면 적극적인 예산·세제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AI 컴퓨팅 예산 3217억 원 증액도 무산됐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더 밀리지 않으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한 생존 전략은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 확보다. 정부와 정치권은 첨단기술을 토대로 하는 신성장동력을 점화하기 위한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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