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한인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만큼 공수처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어떤 식으로든 윤 대통령에 대해 조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라는 알수 없는 조직까지 만들고 무리하게 영장을 집행하다 대통령 경호처가 강하게 반발할 단초를 제공했고, 이로 인해 오히려 국민 분열과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공수처가 ‘월권적 수사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야당은 신속한 영장 집행을 요구하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호처 결사항전 예고…2차 영장 집행도 실패 전망=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동운 공수처장은 5일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해 비상계엄 TF 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 등과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들은 2차 영장 집행시 지난 3일 첫 영장 집행 때처럼 대통령 경호처가 강하게 막아설 경우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를 경찰과 함께 검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미 윤 대통령을 결사적으로 보필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5일 본인 명의의 ‘대통령 경호처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역시 이날 “경호처의 제1 경호대상은 현재도 윤석열 대통령이다”고 말해 박 처장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한남동 관저 1차와 2차 경호를 각각 담당한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육군 수방사 소속 55경비단이 3일 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에 대한 큰 저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탄핵심판 전까지 경호를 해야하는데 경호처장 허락 없이 (인원을) 빼면 어떡하나”라며 “즉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6일 영장 재집행에서는 한남동 관저에 대한 3중 경호체계가 정상 작동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로 경호처는 4일 한남동 관저 인근 산길의 철조망을 정비하고 5일 버스로 장벽을 만드는 등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췄다.
여당에서도 공수처 영장 집행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와 중진 의원들은 5일 오후 공수처를 항의 방문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영장판사 재량으로 특정 법률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심각한 사법체계의 훼손이고 위법”이라며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은 6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수처의 신속한 영장 집행을 촉구하면서 “내란 수괴 체포를 방해한 박종준 경호처장을 즉각 체포하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향해 “박 처장,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즉시 직위 해제하고 직무를 배제하라”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샌드위치 신세 자초한 공수처…사전구속영장 청구하나=경호처의 저항과 여야의 압박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공수처는 만약 6일 영장 재집행에도 실패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2장이다.
우선 법원에 영장 집행 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최장 7일까지 기한을 늘리는 것. 하지만 이럴 경우 기존처럼 경호처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또 실패 전적만 쌓게 될 수 있다. 공수처가 제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해 거리에 나온 탄핵 찬반 시위만 격화시키고 혼란한 정국 상황을 더 흔든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영장 집행 실패 때마다 여야의 압박을 동시에 또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신병 확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체포영장에 비해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결국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권이 있는 경찰로 다시 넘기거나, 위헌 소지를 없앤 특검법을 만들어 특검이 수사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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