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현재까지 누적 시청시간이 22억 시간을 넘긴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다. 시즌1이 공개됐던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고 이정재를 제외한 배우들이 신인급에 가까워 관심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오히려 화제가 됐던 것은 넷플릭스가 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는 사실이었다. 반응도 시즌2만큼 빠르지 않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시간 조회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2는 공개 즉시 뉴질랜드를 제외한 92개 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이름에 이름을 올렸고 하루가 지나서는 뉴질랜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집계 기준으로도 공개 첫 주 시청 시간이 약 5억 시간을 기록해 넷플릭스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 됐다.
이처럼 시즌1은 기대 없이 세상에 나온 작품이었지만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주제 의식을 관통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등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황동혁 감독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게 된 가장 대중적인 감독이자 박찬욱, 봉준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명성도 얻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거듭났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도 이 작품 하나로 단번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가장 유명한 K콘텐츠가 된 ‘오징어 게임’이기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높은 기대감 속에 미국 언론에 먼저 공개된 시즌2는 예상을 뒤엎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야기가 정체돼 있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비판했고,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도 “날카로움을 잃어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 영화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극도로 몰입하게 한다”고 호평을 내놓았다.
이처럼 외신의 평가는 엇갈렸고 국내에서도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 출연부터 연기력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흥행에 정말 적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예견된 ‘반전’이 일었다. 시즌2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시즌1 만큼이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시즌1의 팬덤이 시즌2로 당연히 이어질 것이고 전편보다 새로울 수 없다는 속편의 운명을 감안하더라도 시즌2의 1화는 강렬했고, 이어지는 에피소드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유혈 낭자한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시청자들은 다음 편을 계속해서 시청할 것으로 봤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함의하고 있는 바에 이미 시즌1에서 시청자들은 동의했기 때문이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최고 기록을 자체 경신하고 있는 시즌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을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즌2가 공개된 이후 국내 언론과는 처음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진솔했고 솔직했고 특히 시즌3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인이 기대하던 작품을 공개한 소감에 대해 묻자 황 감독은 “사실 너무 큰 기대작을 세상에 내놓는 상황이었고, 왕관의 무게가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작품이었기에 일단 공개할 때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일자목이라서 목도 안 좋은데 목이 많이 아팠다. 가만히 있어도 목이 아픈 느낌이었다”며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가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 재미있다는 반응 등을 모두 봤다. 뭔가 부족했나라는 생각도 들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잘 한 거구나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가가 엇갈리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일까. 그는 악몽을 꾸었다고 했다. “제가 지나가는데 막 사람들이 저에게 시비를 거는 거에요. 지나 가면 다시 또 시비를 걸더라고요. 저를 비난하는 것 같았습니다.” 악몽 외에도 그는 시즌2를 찍으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이를 7개 정도는 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뺄 이도 없다”며 “이가 뭐에요. 수명이 한 7~8년은 단축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3 후반 작업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역시 부담과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시즌1~2가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즌3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진 것이다.
황 감독은 특유의 진중하면서도 솔직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화법으로 시즌2의 인기, 논란 등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엇갈린 평가에 대해서 그는 “사실 시즌1은 어떤 기대도 없이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이에 대한 놀라움, 신선함 등 때문에 진짜 더 훨씬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며 “시즌2를 만들 때부터 시즌1 만큼의 어떤 신선함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어떤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에 집중하기 보다는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납득하기 힘든 것은 없었다”며 “다들 기대하는 지점들이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더 날카롭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생각도 하실 수 있고, 어떤 분들은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와서 도파민이 막 ‘팡팡' 터지는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고요. 그런 양쪽의 기대들이 너무 커져 있는 상태라,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들은 어차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대치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실망이나 이해 못할 반응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시즌2가 완결성을 갖지 않고 끝나는 부분에 대한 뼈아픈 지적들에 대해서도 “예상했던 부정적인 반응”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 나눌 때부터 그런 부분들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하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거기에 따른 심한 반감이나 약간의 배신감들 그런 것들은 담당을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고 시즌3를 빨리 최대한 잘 보여드려서 그런 부분들에 대한 평가까지 한번에 받는 그런 방법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즌3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즌3에는 새로운 게임들이 또 나온다”며 “새로운 게임들이 그리고 좀 충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인간이 갈 수 있는 바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람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지, 정서적인 충격이 시즌1이나 시즌2에서 보다 훨씬 센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많이 좀 대비를 하시고 오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와의 일문일답
▲'딱지남'을 연기한 배우 공유가 ‘코리안 조커’로 불리는 등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다. 탑골 공원에서의 기행, 러시안 룰렛 게임 연기 등이 매우 강렬한데 공유의 연기 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시즌1에서도 딱지남의 분량에 비해 엄청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시즌2를 계획하면서 딱지남 이야기를 좀더 하고 싶었다. 1화는 ‘딱지’로 하자. 어쨌든 이건 성기훈이 오징어 게임을 주최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단서는 딱지남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기훈이 딱지남을 찾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딱지남을 찾아낸 후부터 벌어지는 딱지남의 이야기를 1화에 담겠다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었고요.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그리고 왜 이런 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한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못해도 어떤 단서들은 주는 이야기로 1화를 하고 싶었어요.
딱지맨의 전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게임장에 들어가면 가면 벗을 때 되게 어린 친구들이 있잖아요. 시즌1부터 시즌2에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거기서 완전히 그 안에서 자기 세계가 삐뚤어진 상태로 신임을 얻고 나와서 얼굴을 까고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좀 전사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좀 넣고 싶었어요.
공유 씨가 최초로 한 악역이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한 번도 악한 역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 면에서 되게 신선한 생각이 들었어요. 따뜻함 아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미스터리하게 묘사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진짜 공유 씨가 현장에서 제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그 이상의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진짜 현장에서 처음 보는 표정들을 막 짓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희 촬영 감독님께서 공유 씨의 그 얼굴을 더 못 보이게 할 수 있는 붉은 조명을 잘 써주셔서 그것도 정말 너무 완벽한 느낌이 들었어요.
- *미국 현지에서는 공유를 ‘양복남’(수트맨)으로 부른다고 한다. 특히 그가 공원에서 빵을 마구 짓밟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고.
▲성기훈이 “목표를 위해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변해야 했던 이유가 있나?
-사실 기훈은 공고를 나와서 자동차 회사에 취직을 해서 일했던 공장 노동자, 블루칼라고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1에서 보면 좀 철도 없고,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선한 의지를 누구보다 더 잘 지키고 사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들을 겪은 기훈은 시즌2에서는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 이렇게 갈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자신이나 개인의 부족함뿐만 아니라 세상의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을 자각한 후 그 시스템을 자기가 바꿔보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풍차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드는. 근데 지금 이 사회에는 그런 인물이 별로 없어요.
다들 예전에는 “혁명이 필요하다”, “제도를 바꾸자” 등 거대 담론을 이야기했지만 요즘에는 자기가 피해를 보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는 그런 이야기들이 주가 됐어요. ‘우리 모두 잘살자’라는 이야기에 대한 거대한 담론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걸 쫓는 사람을 여전히 바보같이 쫓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그런 사람이 결국 많은 혁명가들이 변질됐듯 그 순수한 꿈을 쫓았지만 그 과정에서 목표에 집중하고 좌절하면서 조금 조금씩 원래 처음에 품었던 자신의 선의마저 조금씩 변질되어 가는 그러면서 조금씩 무너져가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게 되게 핵심적이라고 생각을 했고 인호(이병헌)가 그걸 눈치채고 기훈이 실패하고 점점 그걸 잃고 있구나라는 것을 눈치채고 “그럼 작은 걸 희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라고 했더니 기훈이 머뭇거리다가 “희생이 있더라도 이 게임은 끝내야 합니다”라고 말해요.
어떤 목표를 위해서 무엇을 희생할 수도 있다라는 사람으로 드디어 바뀐 모습에 인호가 “그럼 저도 돕겠습니다”라고 해요. 이미 이제 기훈이 변하고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반란이 실패를 하고 결국 기훈은 이날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 이런 것이 뒤엉킨 인물이 됩니다. 기훈이 점점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시즌3의 이야기거든요.
▲시즌1을 쓰던 당시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굉장히 급변했다. 집필 기간 동안 달라진 한국이 어떤 영감을 주었나?
-시즌1은 사실 10년여 년 전에 쓰기 시작했고 2018년 2019년에 같이 썼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점 낙오자에 대한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고요.
그 사이에 정말 너무 빠르게 세상이 변하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주목한 건 엄청나게 갈등과 분열이 많아지면서 극단적으로 서로를 미워하고 이렇게 공격하는 그런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맞는데 너무 너무 살기가 힘들어지고 다들 어려워하고 불행해하고 이렇게 세상이 된 원인이 우리 서로에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이렇게 세상을 만든 사람들은 누군가 오랜 동안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정치 권력이 됐든 자본을 가지고 있는 금융 권력이 됐든 관료들이 됐든 이 시스템을 만들고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사람들은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인데 지금 세상을 돌이켜보면 우리끼리 싸우고 있는 느낌이었죠. 분노가 위로 향해야 하는데 아래나 옆으로 향하고 있어요. 저 위에 손가락질을 하지 않고 “너 때문이야”라고 얘기하고 그게 너무 많이 보이는 거죠. 지금도 보이고 있어요. 너무 그게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끼리 손가락질을 해서 과연 이 세상이 바뀔까?. 그러지 말자라는 의미였어요. “우리끼리 서로 누군가 살아남기를 바라면서 죽고 죽을 겁니까? 우리가 싸워야 될 것은 우리를 이 게임을 시키는 저놈들입니다”라는 대사가 그런 의미에요. 분노가 위로 향해야 된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아무도 그 위를 가르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그래봤자 소용없다라는 생각들을 하고요. 무모하고 실패할 것 같지만 기운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 일을 시도하는 사람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