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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장 떠올라"…제주항공 참사 소방관 트라우마는 누가 꺼주나

참사 현장 투입 인원 1만명 이상

소방·경찰·공무원 등 트라우마 호소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 관심·지원 필요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당일부터 수일간 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던 경찰·소방 공무원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 현장엔 소방 공무원 2800여명, 경찰 3000여명, 군부대 1600여명, 공무원 2200여명 등 전국에서 총 1만1000명이 넘는 재난 대응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사고 수습 등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한국공항공사 공항소방대 소속 근로자 중 약 40명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 치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대로 고용노동부 직업 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 지원하러 갔던 충청 지역 한 소방 공무원은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많은 시신을 봐왔고 많은 현장을 마주했지만, 이번 참사는 유독 더 잔상이 계속 남는 느낌"이라며 "괜히 우울한 감정이 들거나 사고 현장과 시신 잔상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어 좀 놀랐다"고 말했다.

구급 상황에 대비해 교대로 무안공항에 상주하고 있는 119구급대원들도 우울감을 호소했다. 전남소방본부 소속 한 구급대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니 공항에 계속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 트라우마센터에 파견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유족들 외에도 현장 사고 수습을 돕거나 유족들을 옆에서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상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내 재난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군·경찰·소방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 5명 중 1명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3년 소방청이 발표한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소방관 5만 2802명 중 43.9%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포함한 심리질환 1개 이상에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중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소방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심리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로는 ‘치료 프로그램의 부족’과 ‘상담의 낙인 효과’ 등이 꼽혔다.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 탑승객들의 가방과 캐리어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참사 관련해 경찰청과 소방청 등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재난 대응 근로자를 위한 상담 차량을 공항에 급파했다. 무안공항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업무를 맡은 이들의 상담과 치료를 위한 정부 기관의 트라우마센터도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공항에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는 "트라우마 대상자는 5차로 나뉘는데 2차 대상자인 유족과 더불어 이들을 구조하거나 옆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는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은 3차 대상자에 속하는 만큼 이들의 트라우마 관리도 시급하다"고 짚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최근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트라우마 치료비 등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열리며 시민들의 모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 캠페인에는 지난 3일 기준 1억5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유튜버 아옳이(김민영)는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DNA를 대조하며 참혹한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한 소방대원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NGO단체를 통해 심리치료비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방송인 박지윤도 “소방관분들, 유족분들에게 따로 기부했다”라며 후원 사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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