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동생산성 순위가 20년 만에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상승으로 반전했다. 반면에 한국은 몇 년째 30위권에 머물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6일 일본생산성본부가 내놓은 ‘2023년 노동생산성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970년부터 2018년까지 20위 안팎을 유지했으나 2019년 25위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22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30위까지 떨어졌다. 20년 가까이 뒷걸음질을 치던 노동생산성 순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경제활동이 정상화하고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한 실질 노동생산성은 전년 동기 대비 1.2% 올라 38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이 같은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2019년 생산성을 기준으로 2023년 일본의 실질 노동생산성은 103.3%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는 OECD 38개국 중 19위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은 생산성이 수년째 정체돼 노동시장의 활기가 확연히 떨어졌다. 2023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3.3달러로 38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2019년 31위, 2020년 32위, 2022년 33위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9년 대비 2023년 실질 노동생산성도 102.8%로 코로나19 이전을 웃돌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다.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다소 앞질렀다. 한국은 9만 8331달러로 38개국 중 27위였고 일본은 9만 2663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낮은 32위에 그쳤다. 제조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에서도 한국이 9만 7802달러로 16위, 일본이 8만 678달러로 19위였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모두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일본생산성본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 그로스랩(The Growth Lab)은 “일본이 다양한 수출품을 보유한 만큼 경제 복잡성 측면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만 남는 ‘보몰 현상(Baumol’s cost disease)’이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이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이 오르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녔다는 주장에서 나온 이론이다. 생산성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더딘 서비스업으로 주력 산업이 전환되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둔화하는 성장 정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보몰 효과’라고 부른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일본이 선진국과의 노동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의 노동력 이동 △해외 고급 인력 유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 △민간 주도로 어려운 부문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자 등을 제시했다.
한편 2023년 시간당 노동생산성 1위에는 아일랜드(154.9달러)가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법인세율이 낮고 외국 기업들이 현지 지점에 이익을 집중시키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르웨이(136.7달러), 룩셈부르크(128.8달러), 벨기에(112.8달러), 덴마크(103.9달러)가 2~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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