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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대항해시대 앞장서달라”…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KAIST에 544억 기부

500억 이어 44억 추가 약정

KAIST 역대 세번째 기부액

5년 전부터 “AI에 미래 있어”

“김재철AI대학원, 세계 1위 만들 것”





“대한민국이 데이터 대항해시대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핵심 인재를 양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재철(사진)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44억 원을 쾌척했다. 2020년 500억 원에 더해 총 기부액 544억 원 규모다.

6일 KAIST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젊은 시절에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KAIST에 44억 원의 추가 발전기금을 약정했다. 그는 2020년 기부금으로 ‘KAIST 김재철AI대학원’을 설립해 KAIST가 AI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춰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최근에는 KAIST의 AI 연구 수준이 세계 5위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를 1위로 끌어올려달라며 추가 기부를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특히 ‘현재 세계 1위인 미국 카네기멜런대(CMU)의 AI 분야 교수 규모가 45명이므로 이를 넘어서려면 KAIST AI대학원의 교수진도 현재 20명에서 50명으로 확대돼야 하고 연구동도 신축해야 한다’는 이광형 KAIST 총장의 진단에 “건물은 내가 지어줄테니 걱정말라”며 흔쾌히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이번 기부액은 1차 기부액의 잔액과 함께 총 483억 원, 교수 50명과 학생 1000명 규모의 신축 교육연구동을 짓는 데 쓰일 예정이다.



김 회장의 ‘AI 사랑’은 특히 유별나다고 알려져있다. 그는 평소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동원의 미래 50년은 AI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련 전문서적을 즐겨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세기 국토가 좁은 한국이 경제 발전하려면 바다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대 입학 장학생의 기회를 마다하고 부산수산대에 진학, 1958년 국내 최연소 선장 타이틀을 거머쥐고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수산업 기업을 키운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가 보기에 한국이 승부수를 던져야 할 ‘새로운 바다’가 바로 AI였던 것이다.

김 회장은 챗GPT가 등장하기 전 AI 혁명이 막연하기만 했던 2020년부터 KAIST에 500억 원을 기부하며 “과거 대항해 시대와 1·2·3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는 변화 그 이상의 변화가 우리 앞에 오고 있다. 바로 AI 혁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KAIST가 플래그십(기함)이 돼 AI라는 새로운 바다를 개척해달라는 취지였다. KAIST는 그의 이름을 딴 김재철AI대학원을 설립하고 미국 뉴욕대와 AI 대학원 공동학위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인텔·네이버 등 국내외 빅테크와 공동 연구를 유치하는 등 AI 분야 연구역량을 강화 중이다.

김 회장의 누적 기부액은 KAIST에서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766억 원), 고(故) 류근철 박사(578억 원)에 이어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515억 원을 기부했었는데 김 회장의 누적 기부액이 이를 뛰어넘게 됐다. 비슷한 취지로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산업도 2019년 한양대에도 30억 원을 기부해 ‘한양 AI솔루션센터’를 설립한 바 있으며 김 회장은 이 공로로 2023년 한양대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회장은 부산수산대를 거쳐 1969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1978년 서울대 최고경영자(CEO) 과정, 1981년 하버드대 AMP과정(최고경영자과정)을 거치며 경영학, 교육학, 문학 등을 두루 공부할 정도로 배움의 의지가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이 총장은 “세계를 선도할 차세대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연 김 회장의 결단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며 “KAIST는 김재철AI대학원을 김 회장이 원하는 것처럼 세계 1위의 AI 연구집단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재임 동안 총 2612억 원의 기부금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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