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권한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되, 수사권은 유지한다는 판단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배경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바뀐 사법 생태계에 대한 시각 차가 자리하고 있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을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일임·촉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은 공수처가 발송한 공문에 법률적 논란이 있다며 사실상 집행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휘 공문이 바뀐 검경 수사권 조정 체계에서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사와 사법경찰관 사이 관계가 재정립되는 등 앞선 검경 수사권 조정이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논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6일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게 돼 있다”며 “지휘는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일임·촉탁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 현장에서) 공수처의 역할은 영장을 제시하고, 피의 사실 요지나 체포 이유, 권리를 고지한 뒤 신병을 인수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 역할은 경찰에 영장 집행 일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근거로 제시한 형사소송법 제81조에 따라 수사권은 공수처가 그대로 유지하되,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이 맡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의 영장 집행 협조를 촉구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한 점도 요인으로 꼽았다. 또 공수처 인력이 한정돼 있고,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에 대한 체포를 두고 이견을 보인 점도 간적접 근거로 제시했다.
이 차장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력이 다 끌어봐야 50명이고, 현장에 갈 수 있는 건 30명”이라며 “현장 지휘 체계의 통일성 등를 고려할 때 경찰 신속히 제압할 것은 제압하고,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처장 체포를 두고) 물리적 충돌 위험성 등을 고려해 그런 의견(만류)을 개진한 것은 맞다”며 “두 기관이 (현장에) 같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논란”이라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의 답을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데다,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 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는 취지다.
반면 백동흠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공수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반대 뜻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7시께 공수처로부터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지휘’ 공문을 접수해 내부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현행 법률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 만큼 현재로서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당 공문에는 공수처법 47조와 형사소송법 81조·291조, 200조의 6, 115조 1항을 근거로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가 분명하다”며 “집행 지휘를 우리에게 일임하는 것은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문을 접수해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과거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을 경찰이 대신 집행한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바뀐 사법 생태계에 대한 다른 시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진 건 지난 202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형사소송법 등이 개정되면서 검사·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관계가 재정립됐다. 현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사법경찰관는 수사와 공소제기·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검사는 특별경찰관에게 보완 수사와 시정조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을 뿐, 일임 등 조항은 없다. 같은 법 제197조4(수사의 경합)에서 동일 범죄 사실을 수사할 시에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우선 영장의 청구의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같은 수사를 할 경우에 먼저 영장을 신청하는 등 선·후 관계가 명확할 시 우선 수사권을 인정해 주는 등 관계만 정립해두고 있다.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 지휘·사법경찰경찰관리의 수사 준칙 등 대통령 시행령에서도 ‘영장은 검사의 서명, 날인 또는 집행 지휘서에 의해 집행한다’는 문구가 지난 2021년 1월 1일 이후 사라진 바 있다. 현행 법률에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세부 조정이 되지 않은 문구가 남아있는 데다,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사상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수사 기관 사이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은 강제수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위법 여지가 있는 부분을 적극 해석한다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공수처로 이러한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이며, 경찰은 공조수사본부 체계 내에서 적극 협조하는 등 공조 체계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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