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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체포 떠넘기기 오락가락 공수처…尹 숨지 말고 수사 협조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5일 밤 사전 협의 없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일임하겠다는 취지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3일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다가 대통령실 경호처와 대치 끝에 실패하자 영장 시한을 하루 남기고 경찰에 체포 권한을 떠넘긴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찰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공수처가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라면서 반발했다. 결국 공수처는 6일 체포영장 집행 일임 의사를 사실상 철회하고 경찰과의 협의를 거쳐 “체포영장 집행과 수사를 공조수사본부 체제 안에서 진행하자”고 정리했다. 체포 권한을 놓고 혼선을 일으킨 공수처는 한술 더 떠 향후 사건 자체를 검찰에 재이첩할 수도 있다고 브리핑해 역량 부족 논란을 자초했다. 공수처는 이날 법원에 체포 기한 연장을 위한 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 및 검경 간 수사권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내란죄 수사권을 경찰에 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2020년 입법을 통해 수사권이 조정된 뒤 3개 수사기관은 주요 사건마다 주도권 다툼을 벌이더니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들을 놓고도 영장 중복 청구 등으로 서로 발목을 잡았다. 결국 공수처가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을 이첩받았지만 미숙한 대처로 수사 혼선과 국론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수사 주체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관저 앞의 탄핵 찬반 집회는 계속 격화되고 있다.

일부 절차적 논란을 이유로 계엄 선포에 대한 수사 등 사법 절차 전반에 불응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와 강성 보수층 뒤에 더이상 숨지 말고 평소 강조해온 법치와 상식, 공정의 원칙에 따라 낮은 자세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어느 기관이 이번 사건을 맡든 사죄하는 심정으로 수사에 응해 계엄 사태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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