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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뒤늦게 깨달은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관세·외국인 추방 등 공약 실행땐

'물가 뛰어오른다' 소비자 불안 확산

경제 불확실성 커지는데 '때늦은 후회'





때늦은 후회다. 미국인들은 이제야 비로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계획이 그들에게 추가 부담을 안겨줄 것임을 깨달았다.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실행에 옮길 경우 올 한 해 동안 물가가 심각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물가를 끌어내리겠다는 대단히 매력적인 공약을 발판 삼아 2024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약속한 물가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가 골병이 들지 않는 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광범위한 디플레이션은 대공황 시기에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이 희망하는 최상의 상황은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고 고점에 도달한 물가가 옆걸음질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트럼프는 바로 이 점을 이용했다. 트럼프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야 비로소 물가를 끌어내릴 수 없다고 시인했다. 그는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일단 오른 물가를 낮추기란 대단히 힘들다”고 실토했다.

이제 알겠는가? 트럼프에게 물가를 낮추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단 하나 놀라운 점은 그가 이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털어놓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서류 미비 이민자 대거 추방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무력화로 대표되는 자신의 경제 어젠다가 유권자들이 그에게 해결을 맡긴 여러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임을 알아챈 듯 보인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매달 서베이를 통해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견해를 조사해온 미시간대는 바로 지금이 비싼 아이템을 구입할 적기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가구류·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처럼 일반 가정이 구입하는 주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서베이 참여자들의 숫자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선거 이후 다소 악화됐다.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와 이로 인해 식품·자동차·의류·가전제품 및 일반 가정이 일상적으로 구입하는 기타 제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전하는 기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서류 미비 이민자 추방 위협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입국해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 노동 인력 감소가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이어져 과일·채소와 낙농 제품의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은 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협박에 아직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또한 최고 등급의 경고에 해당한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이미 수입품 구매와 비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예상되는 관세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일 뿐 아니라 다른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교란 위협을 피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상선은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원거리 항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미국 동부와 걸프 연안 항만의 부두 하역 노동자 파업이 빠르면 1월 중순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수입 상품을 앞당겨 들여오거나 아니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가며 대체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화물 운송료를 밀어 올리면서 미국 기업들은 현재로선 필요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물품을 미리 구매하고 이들의 보관을 위해 창고 경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난감한 입장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일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소비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트럼프의 재집권이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는 ‘감’은 확실하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미시간대 소비자 서베이 담당 디렉터인 조앤 W 수는 “미래의 가격 상승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지출이 단기적으로 급등하면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기 실현적 예언에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이 이 모든 것을 지난해 11월 5일 이전에 깨달았으면 하는 뒤늦은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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