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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경제회복 첫걸음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경제적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12월 3일 3.017%였던 무위험 이자율 한국형무위험지표금리(KOFR)는 계엄령 충격으로 4일 3.046%로 상승하더니 수습 과정에서 노출된 여야 정치권의 충돌로 12월 31일에는 3.4%를 상회했다. 현재는 3.065%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월 2일 1406.5원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이후 상승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1470원대로 상승했고, 코스피 지수는 계엄 사태 이후 한때 약 6% 가까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이 높아졌다.

현재의 상황을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시 탄핵 사태와 비교하면 이번 사태의 충격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고 다시 국정에 복귀했던 2004년 3월과 5월 사이 코스피 지수는 약 9% 하락했지만 환율은 1166원대에서 1177원대로 10원 정도 상승했고 금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됐던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기간 동안 환율은 1180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코스피 지수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사한 정치적 충격이지만 경제의 반응이 확연히 다른 이유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됐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연 경제성장률이 10%를 훌쩍 상회하던 중국 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수출 증가가 주로 꼽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던 2016~2017년 기간에는 중국의 성장률은 6%대로 하락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활발했다. 즉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에는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웠지만 대외 경제 여건이 좋아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의 흡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은 과거 대통령 탄핵 시기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이미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에 중국 경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세계 시장에서 격화된 경쟁과 반도체 업계 불황 탓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 우선이라는 기치를 앞세운 트럼프의 재집권 등 대외 경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언급한 비우호적인 대외 여건이 갑자기 변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환율의 급등과 주가 하락은 계엄으로 촉발된 사태가 빨리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지수의 변동성 지수는 금융시장 또는 경제의 불확실성 지표로 자주 사용되는데 한국 코스피 변동성 지수는 계엄 혼란 이후 20을 상회했고 현재 20.31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였던 2016년 12월과 1월에 변동성 지수가 11.51, 12.53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

높은 불확실성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스탠포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의 2009년 논문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불확실성과 경제 활동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통화 정책을 비롯한 경제 정책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을 하고 있지만 높은 불확실성이 경제 활동을 저해한다는 점에는 다수의 경제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내구재에 대한 지출을 늦추고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경제 전체적으로 총수요가 낮아지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엄, 탄핵 소추 그리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경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낮추고 앞으로 이 혼란 상태가 어떻게 수습될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수습 능력이 없어 보인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력을 보이기 보다는 자기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다가 결국 헌법재판소와 법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모든 것을 법관들에게 물어볼 바에는 정치인들이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도 믿지 않는 민생 우선이라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윤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자당의 이익이 아닌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안목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상대방 주장을 무조건 악마화하고 자기 주장만 강요하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민을 포용하고 이 불확실성을 걷어주고 경제를 회복시켜 줄 수 있을지 몹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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