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일자리 창출 효과만 있는 것 아닌가요. 국민의 혈세로 그런 허수아비 조직을 만들어준 정당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권 경쟁에서 사실상 패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지만 최근 공수처의 행보를 보면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수처는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에 ‘예상대로’ 실패했다. 턱없이 모자란 인력과 부족한 수사 경험은 그간 꾸준히 지적돼온 공수처의 만성질환이다. 그렇기에 “그 정도로 저항이 강할지 몰랐다” “200명이 스크럼을 짜는데 어떻게 뚫냐”는 변명은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난제 앞에 궁색하기 그지없다. 공수처만 빼고 모두가 예견할 수 있던 실패였다.
1차 집행 실패 이후 궁지에 몰린 공수처는 오락가락한 행보로 더욱 혼란을 키웠다. 사전 협의 없이 경찰에 일방 통보 형식으로 체포를 일임해 놓고 “수사는 공수처가 계속하겠다”는 안하무인 격 태도도 모자라 반나절도 안 돼 결정을 번복했다. 야권에서조차 “공수처장이 X맨 아니냐”는 독설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경찰과의 협조로 영장 집행에 나서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관저 앞 강대강 대치가 또다시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통령 신병 확보는 요원하다.
당초 공수처는 옥상옥 논란 속에서 태동했다. 논란대로 공수처는 검경과 수사 범위가 중복되면서 수시로 수사권 경쟁을 벌여오며 분란을 야기했다. 경찰에 체포영장 일임의 근거로 든 ‘구속영장 집행’ 조항 역시 입맛대로 법조문을 해석한 결과다. 공수처는 이렇다 할 성적표를 낸 적도 없다. 출범 이후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그런 옥상옥 기관이 어부지리로 현직 대통령의 내란 수사권을 얻은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판사 쇼핑’ ‘영장 하청 주기’ 논란은 한시가 급한 수사에 불필요한 오점을 남기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의 수사 회피 빌미만 키워주고 있다. 공수처가 관저에서 물러섰던 날부터 엄동설한 속에서 3박 4일을 꼬박 샌 시민들이 있다. 공수처가 진정 국가의 투명성과 법치 강화를 위한 기구라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능력 없는 기관의 공명심이 낳는 폐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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