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를 촉발한 5년 단임 대통령의 오판에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뿐 아니라 극단적 진영 대립과 정치 혐오를 양산하는 현행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7일 “5년 단임제의 한계는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났다”며 ‘4년 중임제’로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부동산·교육·세금 등 장기적으로 보고 설계해야 할 정책도 연속성이 사라지게 된다”며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개헌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종료 후 사회적 합의를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정국에서는 개헌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음 대선 후 새 정권 초기가 논의를 시작해 빠르게 마무리할 만한 적기”라고 평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는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헌법을 개정하기보다 잘 검토했다가 다음 대선이 끝나고 상황이 안정되면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음 대통령이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개헌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개헌에 앞서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법률 개정을 통한 정치제도 개혁은 힘이 실렸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적대적인 정치 문화를 다시 정상적으로 복원시켜야 한다”며 “선거에서 국민 비례성을 높이거나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해 힘의 쏠림을 줄여야 타협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윤석열 정권은 인사권 통제에 실패하면서 상당한 문제를 노출했다”며 “법률로 정하는 고위 공무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개헌 동력을 강화하려면 국민적 합의 절차인 여론 수렴에 미리 나설 것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에 갖고 있는 불안감이 헌법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져야 개헌 추진 동력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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