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선은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다만 실손보험 개혁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칫하면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모두 반발하고 보험사만 웃게 될 겁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의료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비급여 진료가 문제되는 부분을 핀셋 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의료계와 실손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고 보험사만 배불리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비급여 진료는 가격·진료횟수 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보건당국의 통제가 어렵다”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의료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비급여 진료 항목이 계속 등장해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급여 진료를 전혀 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만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건보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혼합진료, 비급여 단독진료가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약 4000만 명으로 국민의 약 78%가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해 과잉진료, 의료쇼핑 같은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이 교수는 “실손보험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인 긍정적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과잉진료를 유발하지 못하도록 보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보험의 보완적 기능을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책 추진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큰 데다 정부 내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실손보험을 과잉 의료행위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의료체계 왜곡의 주범으로 보는 반면 금융당국의 관심사는 실손보험 손해율이다. 이 교수는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의 관점은 다르지만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가 협력해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혁이 소비자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자기부담금을 늘리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비급여 항목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비급여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정책국 내 비급여관리과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