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드롬적 인기를 구가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 이후 셰프들이 개개인의 브랜드로 우뚝 서는 일들이 다양해졌다. 평소 주방에서 손수 만든 음식으로 손님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줬던 요리 대가들이 이번에는 에세이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재료로 자신의 ‘맛 레시피’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신드롬적인 인기를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최후의 2인에 들었지만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우승자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알린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균 리는 요리에세이집 ‘스모크앤피클스’ 출간을 기념해 7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레시피를 넘어 ‘인생의 맛’을 공개했다.
그는 “레시피가 없는 것이 저의 레시피”라며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레시피를 따르지 않는다. 물론 어린 셰프였을 때는 달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제 본능적인 감각에 맡긴다”고 자신의 요리 철학을 밝혔다.
흑백요리사 시리즈에서 많은 셰프들의 경탄을 일으킨 부분은 ‘무한 요리 지옥’편으로 7명의 셰프가 두부를 가지고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매번 다른 두부 요리를 선보이는 경연을 치러야 했다. 요리를 거듭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에드워드 리는 기존에 알던 두부 요리가 아니라 두부의 질감과 특성을 보면서 일종의 ‘낯설게 하기’를 시도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완성도 높은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경연 과정에서 느낀 한국 셰프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신과의 차이점을 묻자 그는 “한국 셰프들은 아주 정확하게 요리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요리한다면 미국 셰프들은 좀 더 본능적으로 감각에 의존해 리스크를 감수한다”며 “생각을 오래 할 필요가 없이 오랫동안의 경험과 본능을 믿고 요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그가 평소에 생각하는 셰프로서의 중요한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셰프라면 맛은 기본이고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나는 계속해서 바뀌고 성장하기 때문에 내 요리 또한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그는 할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할머니는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 음식의 전통을 고수했다. 첫 레스토랑에 실패한 뒤 무작정 남부로 향한 그는 부드러운 그리츠에서 죽을 발견하고 육포에서 말린 오징어를, 중국식 절임에서 김치를 떠올렸다. 여기에 그가 더한 새로운 맛은 ‘훈연’과 피클이었다.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한국식 그릴부터 남부식 바비큐 문화까지 음식이 연기라는 담요를 포근하게 둘러쓰며 새로운 맛을 갖게 되고 피클은 김치와 유사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감으로 다가온 이탈리아계 미국인 배우 스탠리 투치는 에세이 ‘테이스트(Taste)’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 온 자신의 가정에서 고수한 맛에 대한 원칙과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풀어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투치의 가족은 가족 여행을 떠날 때도 이탈리아식 가정 요리를 고수하기 위해 모든 재료를 공수해서 싸서 다녔을 정도다.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6가지 코스에다가 가장 긴 요리 시간과 자칫 태울 수 있어 섬세한 주의를 요하는 ‘팀파노’는 투치와 파트너가 된 배우자들마다 ‘빌어먹을 팀파노’라는 말이 따라붙게 하지만 가족 전통의 가장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팬데믹으로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고 투치도 암 치료를 겪으면서 먹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떠올리게 했고 그를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게 한 부분에서는 감동이 인다.
박찬일 셰프와 요리 유튜버 겸 셰프 최강록씨가 저마다 밥상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 데 이어 흑백요리사의 또다른 요리사인 ‘이모카세 1호’ 김미령씨도 집밥 레시피로 독자들을 찾는다. 점심에는 국수, 저녁에는 술상을 차리던 그가 평소에 먹는 집밥 이야기라 독자들을 더욱 군침돌게 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장강명은 올 상반기에 에세이 ‘꽁치 샐러드를 먹다’를 통해 채식에 대한 경험과 이를 생태 문제로 확장해 다양한 생각들을 늘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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