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은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으로 인간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시각과 위치를 결정하는 핵심 기초과학입니다. 천문학은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천문 현상은 항해와 농업에 큰 영향을 줬고 지금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이 우주로 확대됐다”며 “이제는 태양의 활동이나 우주에 올려놓은 인공위성 등이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문학과 우주과학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은 천문우주과학의 국가적 발전 달성을 목적으로 1974년 설립됐다. 현재 180여 명의 천문학 박사를 비롯해 430여 명의 구성원들이 우주의 근원적 의문을 과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대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박 원장은 올해로 35년째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2021년 4월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제천문연맹(IAU)의 정회원이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방문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박 원장은 올해를 태양 활동 현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해라고 했다. 그는 “2025년은 태양 활동 극대기라서 태양의 폭발 현상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양의 폭발 현상은 불규칙적인데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우주 공간으로 엄청난 양의 고에너지 입자와 플라스마가 퍼져나가고 그 방향이 지구 쪽이면 인공위성 등이 피폭을 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 폭발 현상은 인공위성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는 강력한 오로라 현상을 일으켜 지자기 폭풍(지구 자기권의 일시적인 혼란)이 발생해 무선통신 두절 등의 경제적 피해도 줄 수 있다”며 “특히 고공비행 조종사와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 등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올해 주목할 천문 현상으로 9월 8일 발생하는 개기월식을 꼽았다. 3년 만에 발생하는 개기월식은 서울 기준 9월 8일 오전 2시 30분 24초에 시작해 오전 3시 11분 48초에 달이 최대로 가려지며 오전 3시 53분 12초에 끝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감시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주감시 기술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 물체를 감시하고 이런 우주 물체가 지상에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우주 물체는 유성이나 소행성·혜성과 같은 자연 물체가 있고 우리가 올려놓은 인공위성 등 인공 물체도 있다”며 “이들 우주 물체는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아주 작은 물체라 해도 매우 강력한 파괴력을 지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전 예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 우주산업이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는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여러 첨단기술이 우리나라 중요 산업의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차지할 수 있는 먹거리는 우주산업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평가받는다”며 “지난해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과 천문연구원이 협력하면 우주개발 선도 국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원장은 천문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그 선택이 매우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천문학은 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지금 우주 시대에 진입하면서 천문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천문학자들의 자긍심도 크게 높아졌다”며 “청소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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