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이 8일 재표결에서도 또다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에 한해 “‘제3자 추천 특검’ 방식으로 바꿔 9일 즉각 재발의하겠다”며 특검법을 부결시킨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의원 300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행위 진상 규명을 위한 ‘내란 특검법’은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야당이 네 번째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으로 이뤄진 재표결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이들 법안이 재표결에서 통과되려면 이날 재석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로 한 만큼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실제 표결 결과 여당 내 이탈표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각각 6표와 4표에 그쳤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법안 4개와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다시 올라왔지만 모두 부결되며 최종 폐기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의 ‘부결 당론’ 고수에도 불구하고 추가 이탈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불발된 후 보수층이 결집한 데다 국회 탄핵소추단의 ‘내란죄 혐의’ 철회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당 내 추가 이탈표는 발생하지 않았다. 내란 특검법의 경우 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상욱·한지아 의원 등 5명이 공개 찬성 입장을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이탈표는 1명에 그친 셈이다. 더욱이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범위를 당초 2개에서 15개로 늘리면서 여당 내 이탈표는 더 줄어들었다.
이날 쌍특검법 처리가 모두 무산되자 민주당은 즉각 규탄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가로막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한 헌법 위반과 법률 위반이 있는데도 여당이 수사와 처벌을 모두 반대하는 것은 반국가 세력이거나 무법천지 독재국가를 꿈꾸는 내란 공범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내란 특검법을 제3자 추천 특검 방식으로 바꿔 최우선으로 재발의하겠다”며 “제3자의 주체에 대해서는 원내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될 경우 윤 대통령의 ‘외환유치’ 혐의까지 포함한 더 강력한 특검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강경 일변도의 대여 전략이 여당의 이탈표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회유책으로 작전을 바꿨다.
이날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현재 야당이 독점하는 특검 추천권 등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광범위한 수사 대상을 합리적으로 축소한 수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도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민주당은 추가 협상을 통해 내란 사태 수습을 우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 수석대변인은 “군사기밀 등 수사 범위 조정은 9일 정리해 말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섯 번째 김건희 특검법 발의도 내란 특검법 통과 이후로 미룰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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