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전공한 필자는 대학 시절 그리 성실한 학생이지 않아서 열심히 강의한 교수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회계·재무관리·인사·마케팅·생산관리 등 회사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졸업했다.
그러다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회사를 잘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과 그 가족은 물론 협력 업체들까지 고생하게 된다. 세금 납부도 지연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수합병(M&A)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정상화하고 그 기업이 창출하던 고용과 생산을 유지·성장시키는 일은 국가 경제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는 실제 M&A 과정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의 M&A 거래에는 인수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자가 되려면 상당한 프리미엄(웃돈)도 지불해야 한다.
M&A의 성패는 인수 후 기업가치를 얼마나 잘 증진하는지에 달렸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A사모펀드는 기술력과 품질이 뛰어난 공작기계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인수했지만 엔지니어인 회사 창업주는 영업에 취약했다. A사모펀드는 대기업 상사 출신의 인재를 영입해 창업주와 협력하면서 제품을 전 세계에 팔게 했다. 그 결과 회사의 매출은 급증했다.
식품 대기업인 B사는 한우구이 전문 식당 프랜차이즈를 인수했다. B사는 다양한 육류를 구입하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해당 식당 체인점의 공급처와 협상해 단가를 15%나 절감했다. 외주에 기댔던 물류도 자체 시스템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식당 프랜차이즈의 이익률은 20% 이상 상승했다.
C금융그룹은 보험회사를 인수한 뒤 설계사들과 인터뷰하면서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접수했다. 이에 C금융그룹은 실적에 기반한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또 아웃소싱(외부 조달) 활용, 금융그룹 판매망 공유를 통해 보험 판매율을 크게 개선했다.
돌이켜 보면 경영학 전공 필수 과목들은 모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였다. 회계·재무관리·인사·마케팅·생산관리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개선하는 일은 회사 가치 증진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항상 훌륭한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회사와 직원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멋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며 필자는 학창 시절의 게으름을 현장학습으로 보완하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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