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KDI는 8일 ‘1월 경제동향’을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가 위축됐다”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공능력 58위인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내수 한파로 기업들이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수출을 지탱해온 반도체 산업도 위태롭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6조 5000억 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 메모리 시황이 악화하며 2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대폭 낮췄다. 나라 안팎의 악재들과 정치 불안이 겹쳐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글로벌 IB들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를 밑돌며 1953년 이후 전례 없는 2년 연속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경제와 민생을 살피기는커녕 극한 대치로 소비자·기업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이 부결됐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표결·폐기를 반복하며 ‘정치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윤석열은 사형당할 것”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격한 발언으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내수는 얼어붙었고 상당수 기업들은 흔들리는 등 경제 현실이 전에 없이 엄혹하다. 약 열흘 뒤면 동맹국도 관세와 무력 등으로 위협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해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의 파고에 대응해 방파제를 쌓고 경제 살리기에 본격 나서야 할 때다. 여야는 국력 낭비를 초래하는 극한 대립 정치를 접고 반도체특별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또 여야정 협의체도 조속히 가동해 정국 안정과 경제 회생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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