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틈탄 더불어민주당의 ‘탈(脫)원전’ 몽니에 ‘K원전 르네상스’를 이끌던 정책들이 유야무야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 운전 허가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실의 약속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앞서 정부는 국회와 협의 과정에서 신규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당초 3기에서 2기로 줄였다. 민주당이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국회 보고조차 받지 않기로 하자 정부가 타협책을 내놓은 것이다.
주요국들은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원전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원전 수명 연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국은 20년 단위로 계속 운전을 허용하고 있고 영국·프랑스는 안전만 확인되면 기간 제한 없이 계속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계속 운전 허가를 받은 전 세계 원전은 전체 대상 원전의 91%에 이른다. 새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원전 부지 선정에 따른 지역민의 반발도 적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전의 계속 운전을 탄소 중립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념 편향적인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며 계속 운전 허가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멀쩡한 원전을 세우는 일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원전 생태계를 고사시킨 정책 과오를 반성하면서 원전 산업의 부활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2030년까지 1차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는 우리나라 원전은 총 10기에 이른다. 최초 허가 기간이 만료됐다고 곧바로 폐기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입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면서 해외 원전 수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치권은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모두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믹스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을 지향하려면 원전산업지원특별법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 처리를 위해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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