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에서 <행복학> 개설
2008년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의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행복도가 다른 대학교 학생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며 열등감에 시달리는 학생도 상당한 비율이라는 그 무렵 조사도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 어려운 경쟁을 뚫고 서울대학교에 들어갔으면 당연히 다른 대학교 학생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게 나올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당시 인문대학에서 보직을 맡고 있었던 저자는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하버드대에서는 행복학 강의가 대단한 인기 과목이었고, 그래서 인문학, 심리학, 사회과학, 물리학, 천문학, 종교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행복학 연계 전공 과정’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울대학교에 인문학 공통 교과목으로 〈동서양 고전과 행복〉이라는 제목의 ‘행복’ 관련 과목을 개설했다. 이 과목은 ‘행복학 연계 전공 과정’ 개설을 위한 탐색과목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동서양 문학과 철학, 종교학, 심리학, 뇌과학 등의 전공 교수들이 학제적 협동강의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그 후 몇 년 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문학 최고위 과정〉(AFP)에 지도교수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 경영대학과 행정대학원의 최고위 과정과 기업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같은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저자는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곧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 인간과 삶의 근본적인 관한 질문을 던지고 인간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강의한 내용이 바탕이 되었다.
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잘살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을 늘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그 질문 이면에는 허무주의가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 중 하나는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이유로는 지나친 경쟁과 황금만능주의가 초래하는 인간관계의 단절과 상대적 박탈감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삶에 대한 허무주의도 한몫을 차지한다.
현대 과학이 이룬 성과를 근거로 생각해 보면, 허무주의는 자아와 세계에 대한 비과학적 이해에서 비롯된다. 세계와 나, 나와 타인을 분리해서 인식하고, 나를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로 인식하고, 타인을 오로지 대립과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서구의 개인주의가 초래한 잘못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사실 인간의 몸은 10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과 함께 사는 하나의 공생체이고, 나와 세계, 나와 타자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마치 어머니 배 속에서 어머니와 나는 한 몸이듯이, 나와 환경, 나와 자연은 분리 불가능한 한 몸인 것을 현대 과학은 입증하고 있다.
결국 나는 자연의 일부로서, 우주와 지구의 역사가 만든 한 부분으로서 생명 활동 중인 공생체이며, 나는 곧 우주이고 끝없는 변화 과정에 있는 생명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나는 우주적 존재이며 이 우주에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소중한 것이기에 마음껏 생명현상을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지은이 김창민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인문학최고지도자과정(AFP)의 심화과정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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