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점검 일정이 평일에도 잡히나요? 임대동 입주자에게는 확인시켜 줄 생각도 없었다가 문의가 많아 급하게 계획을 잡았답니다.”
하자 논란으로 시끄러운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임대동 입주자의 말이다.
이 단지의 일반 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주말 이틀에 걸쳐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SH(서울주택도시공사)도 임대동 입주자에게 사전점검 일정을 공지했는데 평일 이틀이었다. 임대동 입주자들은 차별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일부 일반 분양자들은 임대동이 무슨 사전점검이냐며 임대동이 단지 남쪽에 위치해 한강이 보이는 게 역차별이라며 맞붙었다.
2004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섞어짓기’ 정책으로 등장한 ‘소셜믹스’는 취지와 달리 22년째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섞으려 애쓸수록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고 만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도 지난해 12월 갈등이 불거졌다. 단지 측이 소형 주택형 가구에는 차량 한 대에도 주차료를 부과하자 불똥이 임대동 입주민으로 튀었다. 전용 49㎡ 이하 주택을 구매한 일반 분양자는 주차비가 유료인 반면 더 넓은 전용 59㎡의 임대동 입주민은 주차비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소셜믹스의 목적은 차별을 없애는 것이지만 뜻이 무색하게도 갈등과 위화감만 조장하고 있다. 단지들은 의무 임대 비율만 맞춘 후 일반 분양동과 임대동의 출구와 엘레베이터를 다르게 설치하거나 비상계단으로 경계를 나눈다. 임대동 아이들과 다른 학교에 배정해달라고 통학구역변경 소송까지 한다.
우리보다 앞서 소셜믹스 정책을 시행했던 국가들을 보면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은 다시 슬럼가로 변했다. 이에 미국과 프랑스 등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신 저소득층에게 임대료 일부를 주택바우처로 지원한다. 누가 주택바우처를 받는지 공개하지 않아 임대동에 산다는 차별을 받는 일도 없다.
소셜믹스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처럼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공공임대주택을 집어넣는 방식이 옳은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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