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가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런던 근교의 총리 별장 ‘체커스(Chequers)’에 초대했다. 두 정상은 형식적인 일정에서 벗어나 인근의 펍(pub·영국식 전통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서 캐머런 총리와 시 주석은 맥주와 영국 대표 음식 ‘피시앤칩스’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회동을 두고 “영국과 중국 정상이 맥주를 마시며 양국 관계의 황금시대 개막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체커스는 영국 런던에서 60㎞ 정도 떨어진 버킹엄셔주에 있는 영국 총리의 별장이다. 영국의 1등급 국가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건축물로 원래 지역 영주들의 소유였다. 건물 명칭은 초기 소유주였던 영주의 가문 문장에 그려진 체스판에서 유래했다. 이 곳은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부상 군인을 치료하는 병원과 요양원으로 사용되다가 1917년 제정된 체커스재산법에 따라 영국 정부에 귀속됐다. 이후 재임 중인 총리를 위한 별장으로 쓰이고 있다. 1921년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당시 총리가 처음 입주해 살았으며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등 역대 영국 총리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체커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처칠 총리가 미국의 대통령특사를 면담하던 중에 일본의 진주만 공습 소식을 들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영국 정부는 체커스를 ‘외교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등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영국 총리를 만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방명록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총리실이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의 주요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 세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들이 직접 뛰고 있다. 우리도 정치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고 민관 원팀으로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익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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