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발맞춰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대거 매각하거나 성장을 위한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M&A 정보 업체 레코프데이터가 지난해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4700건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종전 역대 최대치인 2022년의 4304건보다 9%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후 가장 많다.
같은 기간 거래 금액은 약 19조 6000억 엔(약 180조 원)으로 전년 대비 8% 늘며 2018년(약 29조 6000억 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뤄진 주요 M&A 사례로는 일본생명보험이 같은 해 12월에 발표한 미 보험사 레졸루션라이프(약 1조 2000억 엔) 인수,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일본 만화 사이트 운영 업체 인포컴 주식 인수(약 2700억 엔) 등이 꼽힌다.
닛케이는 최근 일본 M&A 시장에서 기업들이 비핵심 사업군을 매각함으로써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M&A 시장의 호황으로 투자은행(IB)들도 두둑한 보수를 챙겼다. 지난해 IB가 가져간 수수료는 약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5301억 원)로,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었다.
넘치는 일감에 일손이 부족한 증권사들은 인재 확보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이와증권그룹은 현재 800명인 전 세계 M&A 인력을 2030년도까지 9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즈호증권도 지난 3년간 M&A 담당자를 10% 증원했다. 다이와증권 관계자는 “M&A 사례가 급증해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끌어와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일본 내 M&A 담당자를 30%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자금 조달이 용이한 만큼 올해에도 M&A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제 안보 이슈는 대형 M&A시장에서 악재로 꼽힌다. 닛케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데 대해 “경제 안보가 국경을 초월한 M&A의 장애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