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5개 주·미국 5개 주·쿠바 등에 둘러싸인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아메리카만)으로 바꾸자는 도널드 드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도발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북미 지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응수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례 아침 기자회견에서 대형 스크린의 17세기 고지도 이미지를 가리키면서 농담 섞인 어조로 "참 듣기 좋은 이름인 것 같다"며 이 같이 발언했다.
미국 국토 대부분에 'AMERICA MEXICANA'라고 표기된 해당 지도를 보여주면서 셰인바움 대통령은 “1607년 북미 대륙 명칭을 살필 수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은 유엔에서 인정하는 이름"이라며 "17세기에도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이 존재했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확인되는 명칭"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에서 대대적인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우리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며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냐.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멕시코만은 미국 남동부에 맞닿아 있어 제3의 해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육로 국경에 있는 리오그란데강 역시 멕시코에서는 브라보강(리오 브라보)이라고 부르는 등 양국이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는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정부가 실제 자국 내에서 '미국만'이라고 개칭해 부르자고 결정할 수도 있으나, 외국에서 이를 따를 필요는 없으며 관련 국제기구는 명칭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또한 전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에 대해 ‘마약 카르텔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불법 이민을 방치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트럼프)는 아마도 펠리페 칼데론이 여전히 멕시코 대통령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라며 "멕시코의 주권은 국민에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 2006∼2012년 재임한 칼데론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추진했으나 살인 범죄 급증 등 부작용만 남긴 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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