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출범을 위한 첫 실무 협상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최우선 의제로 제기했다.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 단장인 허영 의원이 전날 “20조 원을 기본 출발선으로 단계별로 충분히 추경을 편성해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추경 편성 드라이브에 본격 나선 것이다. 적자국채를 발행해 지역화폐 지급,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기간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 확충,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위한 ‘역대급 슈퍼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3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방안이 거론된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급격히 위축되는 경기에 대응하려면 추경 편성을 포함해 모든 가용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상반기에 총예산의 67%인 358조 원을 조기 집행할 방침이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최악의 경우 1.3%까지 떨어질 정도로 활력을 잃은 경제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 방파제가 돼야 할 예산을 4조 1000억 원이나 도려낸 민주당이 “한시가 급하다”며 추경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지난해 1~11월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81조 3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 내수 부양이 아무리 시급해도 과도한 추경으로 재정이 악화한다면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 더 큰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추경 편성의 첫 번째 항목으로 꼽고 있다. 소비 진작 효과도 불분명한 이재명 대표의 핵심 사업을 위해 예산을 뿌리는 것으로 비치게 된다.
정부와 여야는 경기 진작을 위한 추경 가능성을 열어두되 재정 영향과 정책 효과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민주당이 일방적인 감액 예산 강행 처리를 사과하고, 여야정 협의를 통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규모와 구체적 사업을 조정하는 것이 순리다. 조기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현금 살포에 예산이 동원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면서 성장 동력 재점화와 취약 계층 ‘핀셋 지원’ 등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 추경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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